글로벌 채권시장 패닉…美·日·英 장기금리 동반 급등
by김상윤 기자
2026.05.16 06:15:04
美 30년물 5.12%·日 30년물 첫 4% 돌파
英 장기금리 1998년 이후 최고…“인플레 공포 재확산”
시장선 “연준 다음 행보는 금리인상” 전망까지 반영
호르무즈 봉쇄·유가 급등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확산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글로벌 채권시장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 영국 장기 국채금리가 일제히 치솟으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맞물리면서 시장에서는 주요 중앙은행들이 다시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5.12%까지 상승하며 1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4.59%까지 올라 약 1년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채권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특히 미국 재무부가 지난 13일 30년 만기 국채를 5% 금리로 발행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채권 매도세가 미국 정부의 장기 차입 비용까지 끌어올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미국 10년물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4.5%를 돌파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의 프리야 미스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10년물 금리가 4.5%를 넘어선 것은 채권시장뿐 아니라 전체 금융시장에도 위험한 신호”라며 “금융 여건 긴축이 본격화되면 시장은 단순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이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채권시장 불안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3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사상 처음으로 4%를 돌파했다. 예상보다 강한 일본 물가 지표와 재정 부담 우려가 장기금리를 끌어올렸다.
영국에서는 정치 불안까지 채권시장 악재로 작용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 리더십 위기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영국 30년물 국채금리는 5.85%까지 급등했다. 이는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독일과 스페인, 호주 국채금리도 동반 상승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이번 채권시장 급등세를 주요 의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제 인플레이션 재확산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톰 로스 하이일드 부문 대표는 “글로벌 채권금리 급등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결국 정책 전망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을 반영한다”며 “지금 시장이 가장 주목해야 할 위험은 인플레이션”이라고 말했다.이번 주 발표된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한 점도 시장 충격을 키웠다.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전망까지 다시 수정하고 있다. CME그룹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데이터를 보면 연말까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약 50% 수준까지 올라왔다. 블룸버그는 금리스와프 시장이 내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까지 완전한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가 급등 역시 채권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에서도 뚜렷한 돌파구가 나오지 않으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109.26달러로 마감하며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직전 대비 약 50% 상승했다.
바클레이스의 에마뉘엘 코 유럽주식전략 책임자는 “영국 정치 불안으로 국채시장 위험 프리미엄이 커지고 있고 이런 스트레스가 선진국 채권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시장은 베이징 정상회담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길 기대했지만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시장은 유가만 바라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장기금리 상승이 이제 단순한 채권시장 조정이 아니라 글로벌 자산 가격 전반을 흔드는 변수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RBC캐피털마켓의 로리 칼바시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까지 상승할 경우 역사적으로 자산시장 밸류에이션 압박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JP모건자산운용의 데이비드 레보비츠는 “인플레이션이 핵심 위험이 되는 환경에서는 채권이 더 이상 주식 헤지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부동산과 인프라 같은 실물자산 선호를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