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 사무총장, 머스크가 요구한 '구체적' 식량원조계획 내놨다

by방성훈 기자
2021.11.16 09:39:16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
머스크 "정확한 사용처 제시하면 주식팔아 기부" 약속에
2022년 오픈소스 계획 링크…실제 기부 여부 주목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요구했던 ‘구체적인’ 식량 원조 계획을 제시하며 거듭 기부를 독촉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비즐리 사무총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머스크, 당신이 요청했던 명확한 계획 및 오픈소스 회계의 돈의 사용처가 여기 있다!”면서 2022년 식량 원조 계획이 담긴 WEF 웹페이지를 링크했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이 기아 위기는 정말로 심각하고 전례가 없으며, 피할 수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2022년에 66억달러(약 7조 8100억원)가 필요하다”면서 “우리는 생명을 구하는 일에 진지하다면 당신을 포함해 다른 누구와도 얘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비즐리 사무총장은 지난달 말 세계적인 부호들을 향해 “전 세계 4200만명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66억달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머스크를 콕 집어 “당신 같은 부자가 66억달러를 기부하면 4200만명을 살릴 수 있다”며 기부를 요청했다.



이에 머스크는 지난 1일 “만약 유엔이 60억달러로 전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테슬라 주식을 당장 팔아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며 “기부는 오픈소스 회계로 대중이 정확히 돈의 사용처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당장 만나자. 지구든 우주든 어디든 좋다”는 답글을 남겼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났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고, 이런 상황에서 비즐리 사무총장은 머스크가 요청한 ‘구체적’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비즐리 사무총장이 링크한 ‘억만장자들을 위한 일회성 호소’라는 제목의 웹페이지에 따르면 WEF는 66억달러 중 약 35억달러를 식량 운송·배달에 사용하고, 20억달러는 현금 및 음식 바우처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7억달러는 국가별 설계, 확장 및 관리 비용으로 쓰기로 했다. 이외에도 상위 10개국에 대한 각각의 할당액을 표로 정리해 제시했다.

머스크는 지난 6일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지분 10% 매각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8일부터 닷새 연속으로 테슬라 69억달러(약 8조 1600억원)어치 주식을 처분했다. 유엔 측이 요구한 액수와 비슷한 규모여서 실제 기부가 이뤄질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