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연호 기자
2020.05.31 13:30:28
계절 변화 반영 못하는 음력 보완 위해 '절기' 만들어
태양의 황도 상 위치 따라 15도 간격으로 점 찍어 24절기 나눠
고대 중국에서 만들어 우리 기후와는 다소 차이
寒食은 동지서 105일째 되는 날‥띠는 입춘 기준으로 나뉘어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한 달에 두 번 돌아오는 절기(節氣)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은 절기를 음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절기는 우리 조상들이 예부터 사용해 온 것이고 우리 민족은 오래 전부터 음력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절기 역시 음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 추론의 근거다. 하지만 절기는 양력이다.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만든 음력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날짜는 음력을 기준으로 하되 계절은 양력을 기준으로 했다. 즉 우리 민족은 두 개의 역법을 혼합한 태음태양력을 사용했다. 음력이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되는 계절의 변화와는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경사회에서 계절의 변화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이를 위해 나온 것이 계절의 표준 구분법이 된 절기이다.
24절기는 태양의 황도(천구 상에서 태양이 지나는 길)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15도 간격으로 점을 찍어 총 24개로 나눈 것이다. 지구가 태양을 돌지만 지구 상의 관측자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커다란 구 모양의 가상의 구인 천구를 태양이 지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 지나는 길인 황도를 춘분점을 기점으로 15도 간격으로 점을 찍어 총 24개의 절기로 나타내는 것이다. 태양이 15도씩 이동할 때마다 온도나 계절의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했고 매 15도 지점마다 용어를 하나씩 붙였는데 이것이 절기다. 천구상에서 태양의 위치가 황도 0도, 90, 180도, 270도를 통과하는 순간이 각각 춘분, 하지, 추분, 동지가 된다. 24절기 중 춘분, 추분, 하지, 동지, 입춘, 입하, 입추, 입동은 계절의 변화를 뜻하고, 소서, 대서, 처서, 대한은 더위와 추위를 의미한다. 우수, 곡우, 소설, 대설은 강수 현상과, 백로, 한로, 상강은 수증기 응결과 관련된 것이다. 계절에 따른 만물의 변화를 나타내는 절기는 소만, 만종, 경칩, 청명이 있다.
계절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만든 절기가 정작 우리나라 실제 기후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양력 2월 4일 전후로 드는 봄의 시작 ‘입춘’은 우리나라에선 실제로 늦겨울에 해당한다. 이는 24절기가 중국 재래 역법의 발상지인 기원전 고대 중국 주(周)나라 때 황허강 주변 화북 지방의 기후 특징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또 세월이 흐르면서 기후 변화도 생겨났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의 기후와는 조금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속담 등을 통해 실제 기후를 반영하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가장 큰 추위를 뜻하는 대한보다 작은 추위를 뜻하는 소한이 더 춥기 때문에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을 만들어 냈다. 입춘의 추위를 뜻하는 속담으로는 ’입춘을 거꾸로 붙였나‘,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4대 명절 중 하나인 한식(寒食)도 절기와 관련이 있는 명절이다. 4대 명절 중 유일하게 음력이 아닌 명절이다. 불의 사용을 금하며 찬 음식을 먹는 명절인 한식은 22번째 절기인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이다.
한여름 더위를 뜻하는 삼복은 어떨까.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이 초복, 네 번째 경일이 중복, 입추 후 첫 번째 경(庚)일이 말복이다. 여기서 경이라는 것은 간지력(60갑자력)의 10간(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 중 일곱 번째인 ’경‘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띠는 음력일까, 양력일까. 정확히는 둘 다 아니다. 띠는 바로 절기와 관련이 있다. 사주명리학에서는 한 해의 시작을 입춘으로 보는 게 통설이다. 즉 입춘점에 태양이 딱 지나는 시점이 새로운 해의 시작이 된다. 올해의 경우 2월 4일 18시 3분이 입춘의 절입(節入) 시각이었으므로 그 전에 태어났으면 돼지띠, 그 이후면 쥐띠다.
*편집자 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