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처형후 김정은 잇단 대외행보…업적 과시에 주력

by김진우 기자
2013.12.15 18:51:11

김정은, 인민군 설계연구소-마식령 스키장 잇따라 방문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장성택 처형사건 이튿날부터 공개활동을 재개하며 건재함을 드러내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건설 현장과 설계연구소를 잇따라 방문, 체제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각종 건축·시설물에 대한 치적을 드러내는 동시에 내부 동요를 차단하고 흔들림 없는 집권 기반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제1위원장은 인민군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노동당 황병서 조직지도부 부부장과 함께 장성택 처형사건 이후 첫 공개활동으로 인민군 설계연구소를 찾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 보도는 장성택 숙청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달 30일 백두산지구 삼지연군 방문 이후 14일 만이다.

1953년 6월 김일성 주석의 지시에 따라 설립된 군 설계연구소는 김정은 체제 들어 인민군무장장비관과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미림승마구락부(클럽) 등의 설계를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제1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건설의 대번영기를 위한 투쟁에서 군 설계연구소가 선구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의 요구에 맞게 국토관리사업에서 혁명적 전환을 가져와야 한다)을 떠올리게 하는 한편, 군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앞으로 각종 건축·시설물 건설에 군을 앞세우겠다는 것이다.

이어 김 제1위원장은 완공을 앞둔 강원도 마식령스키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이번 방문은 노동당 황병서 조직지도부 부부장과 마원춘 재정경리부 부부장이 수행했다.



김 제1위원장은 마식령스키장에서 호텔·편의시설·숙소 등을 둘러보고 연내 완공에 대한 기대와 확신을 표명하면서 “한해가 저물어가는 12월의 강추위 속에서도 당의 명령을 결사관철하고 있는 군인건설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격려했다고 한다. 이번 방문 역시 체제 업적을 과시하고 군의 사기를 진작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김 제1위원장은 집권 2년 동안 평양 및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체육·위락 시설을 건설하고, 이를 시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에 방문한 마식령스키장을 비롯해 미림승마구락부, 문수물놀이장, 압록강유원지, 인민극장 등은 김 제1위원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건축·시설물들이다.

또한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연계해 과학자 우대 차원에서 은하과학자살림집 등을 건설하도록 했다. 북한이 김정은 체제 들어 과학기술 등 분야의 20∼40대 젊은 층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일성 탄생 100주년 및 정전 60주년 등 주요 정치행사를 계기로 금수산궁전, 전승기념관, 인민군열사묘 등 대규모 추모시설이 건립·보수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완공을 전후로 주요 건설 현장을 연이어 시찰하고 현지지도를 하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의 실제 수요보다는 김정은의 치적을 쌓고 애민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