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6.06.01 10:13:24
자동차 편의장치에 ‘치맛바람’ 분다
쇼핑백 고리·자외선 차단유리·하이힐 보관함까지
설계때부터 의견 반영… 내부 색상도 베이지 늘어
[조선일보 제공] 여성 운전자들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남성 위주로 제작돼 온 자동차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차 안에 여성들을 위한 편의장치를 장착하는 단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설계단계부터 여성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차들이 등장하고 있다. 여성 운전자가 등록한 승용차 대수는 올 4월 현재 235만4188대로, 10년 전인 96년(108만4508대)에 비해 117% 급증했다.
◆치마를 입고도 쉽게 탈 수 있는 차
기아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7인승 다목적자 뉴카렌스는 최저지상고(지면에서 차 바닥까지 높이)가 155㎜로, 중형 승용차 쏘나타(160㎜)보다 낮다. 여성 운전자들이 치마를 입은 상태에서도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차를 설계한 것. 반면 시트 높이는 승용차에 비해 높아 운전자가 보다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뉴카렌스는 또 핸들 왼편에 화장품과 같은 작은 물건을 둘 수 있는 수납함 등 차량 내부에 40개의 크고 작은 수납공간을 설치했다. 겨울철 승차감을 향상시키는 열선시트도 달았다.
현대차는 그랜저의 리모컨키에 경보장치를 내장시켰다. 야간이나 지하주차장 등에서 신변에 위험이 발생했을 때 누르면, 경적소리와 함께 비상등이 작동돼 위험상황을 주변에 알려준다. 체구가 작은 여성을 위해 버튼을 누르면 핸들을 앞으로 당길 수 있는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휠’을 장착했다. 전동으로 조절되는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은 운전자의 다리 길이에 맞춰 위아래로 최대 76㎜까지 움직일 수 있다. 또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베이지색을 인테리어 색상으로 채택했다.
최근 출시된 국산 고급차 ‘뉴오피러스’에는 주차에 약한 여성운전자들을 위해 후방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후진기어를 넣으면 차량 뒤쪽의 모습을 모니터를 통해 상세하게 볼 수 있다. 차량 앞쪽에도 카메라를 설치, 좁은 골목길을 운전할 때 차량 앞쪽의 좌우 사각(死角) 지대의 장애물도 볼 수 있다. 뒷좌석에 탑승한 여성을 위해 뒷좌석 천장에 화장거울을 설치했다. 1열(운전석·조수석) 시트 속에는 통풍장치를 달아, 장시간 운전할 때 발생하는 땀과 열을 제거하도록 했고, 척추와 골반 부위를 지지해 주는 전동식 허리 받침대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