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보호 명분 '전월세 상한제', 되레 임차인 내몰았다"

by성주원 기자
2024.09.08 14:10:48

이윤우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인터뷰
'임대인 실거주 입증 책임' 대법 판결 이끌어
실거주 진정성 판단할 전담위원회 도입 제안
"5% 상한, 전세대란 초래…유연한 시스템 필요"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임대차 3법 중 가장 큰 문제는 전월세 상한제다. 인상률을 연 5%로 제한하니 임대인은 애초에 보증금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전세대란’을 초래했다. 법이 오히려 임차인을 더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은 셈이다.”

이윤우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김태형 기자)
이윤우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지난 2020년 7월 도입돼 시행 4년을 넘긴 이른바 ‘임대차 3법’의 부작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임차인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 오히려 임차인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제도가 현재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적지 않은 분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2년 더 살 수 있게 해주는 제도지만, 임대인의 실거주 주장으로 거절될 수 있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거주 주장은 쉽게 악용될 수 있다”며 “임대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하면 임차인은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는데, 하지만 실제로 임대인이 살지 않더라도 이를 확인하고 제재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할 경우, 임대인이 이를 증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같은 공을 인정받아 지난 4월 대한변호사협회 선정 ‘우수변호사’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임차인 보호를 위한 의미있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여전히 임대인의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실 임차인이 대법원 상고심까지 다퉈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는 “소송 기간 중 임차인은 불안정한 주거 상태에 놓이게 되고, 이는 많은 임차인이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런 점에서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낸 데에는 의뢰인의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이 변호사는 “제 의뢰인은 보증금이 2900만원에 불과한 소액 임차인이었는데, 2년이 넘는 소송 기간을 끝까지 버텼다”며 “대부분의 임차인은 그럴 여유가 없어서 권리를 포기하고 이사를 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담위원회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보면, 임대인의 실거주 주장을 검증하는 절차가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를 통해 임차인을 더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실거주를 주장할 경우 해당 위원회에서 가족 구성원 변화, 기존 거주지 계약 종료 여부 등을 확인함으로써 주장의 진정성을 검토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무분별한 실거주 주장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변호사의 생각이다.

이 변호사는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서는 더욱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그는 “5% 상한 규정으로 인해 임대인들이 처음부터 높은 보증금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같은 전세가 상승 현상으로 인해 전세가가 실제 부동산 가치보다 높아지는 기형적인 상황이 벌어졌고 결과적으로 이른바 ‘빌라왕’ 등 전세사기가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이윤우 변호사는 현행 전월세 상한제의 개선 방향에 대해 “우선, 연 5%라는 일률적인 상한선보다는 지역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전담위원회가 임대인의 실거주 여부 판단 등 핵심적인 분쟁 사항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해서는 임차인의 주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등기부등본 확인, 주변 시세 조사 등 간단한 절차만으로도 사전에 많은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계약 전 임대인과의 대화, 특히 장기 거주 가능 여부 등에 대한 내용을 문자나 이메일로 남겨두면,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임대차 문제는 단순히 법률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의 권리가 균형있게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우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김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