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中企 은행 대출 모아 '녹색채권' 발행 등 녹색금융 지원해야"
by최정희 기자
2023.06.20 10:00:00
탄녹위·한은, 제1회 녹색금융 국제컨퍼런스 개최
이창용 총재 개회사 통해 "금융당국과 中企 녹색금융 지원 모색"
"韓, 온실가스 감축 어려운 구조…사전 대응 없으면 수출 제약"
기후위기, 건강위기로 인식하는 국민들 늘어날 것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을 모아 녹색 채권을 발행하는 등 중소기업이 녹색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정책 제언에 나섰다.
이 총재는 20일 서울 한은 본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한은 공동 주최의 ‘제1회 녹색금융 국제 컨퍼런스’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개회사를 발표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한 시장 조성 방안과 함께 중소기업의 친환경 공정 전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금융당국과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들은 신용등급이 낮아 스스로 녹색채권 발행을 통해 녹색금융 혜택을 받기 어렵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을 모아 증권화(securitization)하고 이 과정에서 녹색금융의 국제적 기준에 맞는 채권을 발행함으로써 이들 중소기업이 녹색금융 혜택을 간접적으로 받는 방식으로 다각적으로 모색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들이 친환경으로의 공정 전환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수출 공급망으로 연결된 대기업들도 글로벌 환경 관련 규제를 피하기 어렵다. 이에 중소기업에 대한 녹색금융 지원은 중요한 정책 과제라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서울 한은 본관 컨퍼런스홀에서 개최된 제1회 녹색금융 국제 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출처: 한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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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운 산업구조를 갖고 있어 사전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글로벌 환경규제로 인해 수출이 크게 제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화석 연료 의존도는 64%(2021년)로 높은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7%에 불과하다. 미국, 독일, 일본이 20~40%인 것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 비중은 28%(2019년)로 높은 가운데 정유·화학·시멘트·철강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4개 업종의 비중도 한국이 5.3%로 주요 선진국(미국 2.5%, 독일 2.8%, 프랑스 1.7%)에 비해 높다.
이 총재는 “수출기업들에게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환경 관련 글로벌 규제가 빠르게 도입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평가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애플 및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기업의 RE100 캠페인, 환경 저해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한 블랙록, 뱅가드 등 거대 자산운용사들의 움직임이 그 사례다. 이 총재는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금융기관들도 마찬가지”라며 “은행, 투자회사 등으로 결성된 ‘글래스고 금융협의체(GFANZ)’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금융기관 스스로가 공표한 목표에 실질적인 성과를 보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기후변화 위기가 성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기후변화 위기는 준비된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전력사용 절감을 위한 빅데이터 제공업체인 미국의 오파워, 이산화탄소를 고체탄소로 바꿔 판매하는 스위스의 클라임 웍스, 자원 순환 플랫폼을 만드는 미국의 루비콘 같은 글로벌 기후 벤처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기후테크 투자금이 2021년 450억달러로 2년 사이 3배 성장했고 환경, 에너지, 농식품, 지리관측 등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이 놀라운 속도로 상용화되고 있다”며 “IT기술로 무장한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는 도전해 볼만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총재는 기후 변화는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지난 20년간 약 40억명이 기후재해로 영향을 받았고 50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경제적 피해는 3400조원에 달한다”며 “앞으로 기후위기를 건강위기로 인식하는 국민들이 더욱더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