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 1300억 투자…북미 탄소포집 시장 공략

by함정선 기자
2022.05.10 09:00:50

북미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프로젝트 투자 나서
연간 1200만t 탄소 저장하는 세계 최대규모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SK E&S가 투자 확대를 통해 글로벌 탄소포집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SK E&S는 미국을 대표하는 에너지 기업 등과 함께 북미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 프로젝트’ 투자에 나선다고 10일 밝혔다.

이 사업은 미국 중서부 지역 5개주, 32개 옥수수 에탄올 생산설비 시설에서 발생하는이산화탄소( CO₂)를 연간 최대 1200만톤(t)까지 포집·저장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CCS 프로젝트다. 각 공장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총 길이 3200Km에 달하는 전용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송해 노스다코타(North Dakota)주에 건설 예정인 지하 탄소저장 설비에 영구 저장된다.

미국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05년부터 가솔린 차량에 바이오 에탄올을 최소 10% 이상 혼용해야 하는 바이오 연료 혼합의무제도(RFS, Renewable Fuel Standard)를 시행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요를 기반으로 미국의 바이오 에탄올 생산량, 소비량은 모두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주로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곡물을 발효해 추출하는 바이오 에탄올은 차량 연료 외에 산업용 원료로도 활용하는 등 용도는 다양하지만 생산과정에서 CO₂를 발생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SK E&S는 1억1000만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해 사업 주체인 써밋 카본 솔루션(Summit Carbon Solutions)의 지분 약 10%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번 CCS 프로젝트는 내년 상반기에 본격적인 이산화탄소 저장설비와 파이프라인 등의 착공에 돌입해 오는 2024년 하반기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이프라인이 통과하는 미국 중서부 지역은 바이오 에탄올 설비 이외에도 암모니아 생산 기지 등 CO₂를 다량 배출하는 공장들이 밀집해 있어 향후 CCS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미 바이오에탄올 생산공장 전경
SK E&S는 북미 농·축산업 투자 전문 기업인 써밋(Summit Agricultural Group), 미국 최대 석유·가스 기업 중 하나인 컨티넨탈 리소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텍사스 퍼시픽 그룹(TPG)과 손을 맞잡기로 했다. 미국 내 탄소감축 시장 선점을 위해 각 분야 대표기업들과 이른바 ‘CCS 드림팀’을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SK E&S는 미국과 중남미 등지에서 활발하게 바이오 연료 사업을 추진해왔던 써밋의 경험과 석유·가스분야에서 다양한 파이프라인 운용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컨티넨탈과의 전략적 시너지를 통해 최적의 CCS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컨티넨탈은 지난 2014년부터 SK E&S와 미국에서 우드포드(Woodford) 셰일가스전을 공동 개발하며 탄탄한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한 미국은 탄소 감축을 위한 핵심 수단인 CCS 기술 산업에 대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CCS 과정을 거쳐 생산한 바이오 에탄올의 경우 감축한 CO₂양에 따라 ‘탄소 배출권(Carbon Credit)’을 발급받을 수 있다. 또 CCS 사업자들은 포집한 이산화탄소에 대해 t당 최대 50달러의 세액 공제도 받는다.

이 같은 적극적인 정책 지원에 힘입어 미국의 CCS 처리용량 규모는 2022년 연간 2900만t에서 오는 2030년 7100만t까지 연평균 약 12%의 견조한 성장세가 전망된다.

SK E&S는 이번 CCS 프로젝트에 참여해 앞으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대형 CCS 관련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고 나아가 탄소 배출권(Carbon Credit) 확보를 통해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전략이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글로벌 CCS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는 미국 슈트 크릭(Shute Creek) CCS 설비로 연간 처리 용량은 약 7백만t 규모다.

SK E&S는 현재 호주에서 추진하고 있는 바로사 가스전 개발사업에도 CCS 기술을 접목해 천연가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제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 E&S는 채굴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전량 포집해 인근 폐가스전에 저장하고, 공정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여 CO₂ 또한 탄소배출권 확보 등을 통해 배출량을 전량 상쇄할 계획이다. 또 CCS 기술을 향후 수소 생산 과정에도 적용해 충남 보령 인근에 들어설 수소생산 플랜트에서 2025년부터 CO₂를 제거한 청정수소도 생산할 예정이다. SK E&S는 호주와 미국 등지에서 추진하고 있는 CCS 사업을 통해 SK그룹이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탄소감축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SK그룹은 2030년까지 전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210억t)의 1%인 2억t의 탄소를 줄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한 바 있다. 특히 SK E&S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폐가스전, 대염수층 기반의 CCS 프로젝트들이 앞으로 처리 규모를 더 확대할 가능성이 커 향후 SK그룹의 탄소중립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정준 SK E&S 부회장은 “CCS는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바이오 연료 등 다양한 에너지원의 활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라며 “SK E&S는 앞으로 미국에서 CCS를 포함한 저탄소 에너지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목표한 온실가스 감축량의 5%인 약 1억t 상당의 감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