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지인 줄 알았는데”…서울 노·도·강이 상승 주도

by황현규 기자
2021.08.08 15:22:15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0.2%…1년 8개월 만 최고
집값 불안 못 견뎌 실수요자 매수 행렬
노·도·강 등 중저가 지역 상승 커
전셋값 상승→매매가 상승…악순환 계속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서울 아파트 값이 좀처럼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1년 8개월 만에 아파트값 상승률이 최고를 기록하고, 주요 단지에서 신고가 갱신 사례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고점’을 경고했지만, 오르는 집값에 불안해진 무주택자들이 ‘바잉 행렬’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부동산, 아파트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중계동 한화꿈에그린 전용 84㎡는 지난달 12일 10억원(14층)에 신고가로 거래되며 처음 10억원 이상으로 올라섰다. 해당 평형은 작년 상반기까지 7억원을 넘지 않았지만, 7월부터 호가가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 작년 12월 9억원을 돌파한 뒤 최근에서야 10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값은 0.20% 올라 2019년 12월 셋째 주(0.20%) 이후 처음으로 0.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원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7월 마지막 주 107.6에서 지난주 107.9로 오히려 높아졌다. 매매수급 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겨 높아질수록 매수심리가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눈길을 끄는 점은 정부의 고점 경고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택가격의 수준과 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최고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서고 있다”며 “매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홍 부총리의 경고에도 매수세가 식지 않으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사진=뉴시스 제공)
특히 서울 아파트값 상승은 중저가 지역에서 두드러진 모양새다. 계속 오르는 집값으로 무주택자들이 불안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매수 행렬에 참전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임대차3법 등의 영향으로 전셋값이 상승하면,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올리는 상황이다.

아파트 매수 심리 또한 중저가 지역을 중심으로 높게 형성해있다. 노원·도봉·강북구 등 동북권 아파트 매수 심리는 110.1에서 지난주 113.2로 3.1포인트 오르며 작년 8월 첫째 주(114.5)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값 상승이 계속되면서 중저가 주택이라도 사지 않으면 앞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에 교통 개선 기대감이 있는 중저가 단지에 수요가 몰리며 아파트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전셋값까지 뛰면서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