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연기에 배달 알바하던 대학생, 13세 뺑소니 사고에 숨져

by장구슬 기자
2020.04.01 08:38:03

10대 소년들, 서울서 렌터카 훔쳐 대전 行
경찰추적 피해 도주하다 오토바이 들이받아
오토바이 운전자 사망…배달 알바하던 대학생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음식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이 10대 소년이 몰던 무면허 차량에 치여 숨졌다.

13세 소년 무면허 뺑소니 사고 (사진=MBC 뉴스 캡처)
대전동부경찰서는 훔친 차량으로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로 A군(13) 등 8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A군 등은 지난 3월29일 오전 12시께 대전 동구 한 도로에서 경찰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던 중 교통사고를 내 B씨(18)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군 등은 지난 사고 전날 서울의 한 도로에 세워져 있던 렌터카를 훔쳐 대전까지 이동했다가 차량 방범용 CCTV에 포착돼 도난수배 차량으로 경찰의 추격을 받았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대전 동구 성남 네거리 인근에서 A군이 몰던 차량을 발견하고 뒤를 쫓았다.

A군은 순찰차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후진을 하다가 택시와 접촉사고를 냈고, 뒤이어 중앙선을 침범하며 도주하다가 정상적으로 신호를 받고 운행하던 B씨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사고를 낸 A군은 차량을 멈추지 않고 200m가량 도주한 뒤 동구 삼성 네거리 아파트 주변에 차를 버리고 달아났다.



이 사고로 B씨가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치료를 받던 도중 숨졌다. 사고를 낸 차량에는 A군 등 또래 8명이 타고 있었다. 경찰은 사고를 내고 달아났던 6명을 아파트 주변에서 잡았고, A군 등 나머지 2명은 서울로 도주했다가 같은 날 오후 검거됐다.

사고를 당한 B씨는 올해 대전 지역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으로 개강이 늦어지자 용돈을 벌기 위해 오토바이 배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B씨의 지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때문에 (B씨가) 입학도 못 하고 과제만 집에 와서 열심히 하다가 생활비와 집 월세를 내야 해 일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A군 등이 형사 미성년자(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라 처벌이 어렵다고 판단, 차를 운전한 A군에 대해 긴급동행 영장을 발부받아 촉법소년 보호기관에 넘겼다. 형사미성년자는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에 한해 사회 봉사명령이나 소년원 송치 등 처분이 가능하다. 경찰은 나머지 7명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인 뒤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