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양도차익 과세강화 불똥 튄 코스닥 인재영입

by박형수 기자
2017.08.03 08:58:47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안정적인 대기업에서 높은 연봉 받으면서 능력 인정 받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까지 챙긴 임원과 뜻이 있어 안정성이 떨어지는 기업에 와서 연봉도 낮춰가면서 일하다 스톡옵션을 받은 중소벤처기업 임원이랑 동일한 잣대로 보면 되나요?”

정부가 부자 증세를 위해 상장사 대주주에 대한 양도세율을 올리고 대주주 범위도 확대하기로 하자 곳곳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스톡옵션 행사를 고민하고 있다는 한 코스닥 상장사 임원은 “꽃길만 걷던 입사 동기는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 팔아도 25억원까지는 거래세만 내면 되는데 우리처럼 가시밭길을 택한 사람은 20억원까지만 비과세를 적용받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나마 정부는 이를 의식해 내년부터 유가증권 상장사나 코스닥 상장사나 차별을 두지 않고 주식가치가 15억원 이상이면 대주주로 간주해 양도소득 과세대상으로 포함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주주 대상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인재를 영입하는 데 어려움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CEO가 개발과 영업, 자금조달까지 1인 3역 이상을 하면서 끌어가지만 회사가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면 인재 영입 필요성이 커진다. 대기업을 다니거나 유명한 연구소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인재를 모셔오는 데 스톡옵션은 중소기업이 꺼내들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다. 사실상 현행 20억원 기준은 코스닥 상장사 임원 가운데 대주주로 분류하는 비율이 극히 미미하다. 하지만 오는 2021년 4월부터 3억원으로 기준을 낮추면 스톡옵션을 받은 임직원 대다수가 대주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중소기업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아질 것은 자명하다. 일반주주 저항을 생각하면 인재를 영입한다고 스톡옵션을 무작정 많이 줄 수도 없다.



어차피 수익에 대한 세금인데 예민한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지만 지난 2013년 야구선수 추신수가 뉴욕 양키스의 러브콜을 거절하고 텍사스 레인저스를 선택할 때 세금 문제도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미국 세금정책을 보면 뉴욕주는 주세 8.82%를 내야 하지만 텍사스주는 주세가 0%다. 양키스가 레인저스보다 1000만달러나 많은 1억4000만달러를 제시했어도 추신수가 실제 수령하는 금액은 텍사스가 많은 셈이다. 대주주 양도소득세율은 20~25%다. 대주주가 아닌 일반 주주는 거래세 0.3%만 내면 된다. 물론 차액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야 하니 단순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스톡옵션은 차액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해야 행사한다는 점에서 세금 문제는 가장 민감한 이슈다.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창업을 적극 장려한다는 점에서도 대주주 양도차익 문제야말로 핀셋 증세가 필요한 분야다. 스타트업으로 많은 청년 인재가 몰리고 있지만 자수성가에 성공한 코스닥 상장사 오너와 임원들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조언한다. 창업하고 십수년 고생해 코스닥에 상장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보상이 크진 않다고. 사석에서 만난 한 코스닥 상장사 CEO도 “겉에서 보기에는 자수성가한 사업가지만 자식들 결혼하는 데 현금이 없어서 대출을 받는 게 현실”이라며 “상장하기 전까지 한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며 아쉬워했다. 부자가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취지에서 자본이득과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추세는 모두가 공감한다. 하지만 기업을 키우는 데 필요한 수단에 대해선 조금 더 고민해볼 필요는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