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경 부회장, '차이나 넘버원' 선포.."성공은 지금부터"(일문일답)
by최은영 기자
2016.01.17 12:00:00
중국 유통 1호점, 팍슨-뉴코아몰 개관
한국 대표 '콘텐츠'로 중국 '하드웨어' 장악
"2020년까지 쇼핑몰 100개로 늘려 매출 1위 유통사 될 것"
| 지난 14일 중국 상하이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이랜드그룹 중국 유통사업 진출 기자간담회에서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랜드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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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중국)=이데일리 최은영 기자]“중국은 국내 유통 대기업에게도 쉽사리 자리를 내어주지 않은 이력을 갖고 있다. 우리의 성공 여부가 기업 차원을 떠나 국가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랜드가 어떻게 성공 스토리를 써 내려가는지 지켜봐 달라.”
이대입구 작은 보세 가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기업,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이랜드가 제2의 도약을 선언하고 나섰다. 앞서 롯데·신세계 등이 도전했으나 한해 수천억 원의 손실을 보며 고전해 한국 유통기업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중국 유통시장에 도전했다. 이랜드는 현재 중국에서 패션 등 45개 브랜드로 7700개가 넘는 직영 매장을 운영하며 한해 2조5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서 유통 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거대 유통기업들도 못해낸 일을, 그것도 중국의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어떤 성과를 낼지 업계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지난 14일 중국 상하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내 중국 주요 도시에 유통 매장 10개를 오픈할 계획이며 5년 뒤인 2020년까지 쇼핑몰을 100개로 늘려 중국 매출 1위 유통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패션으로 뿌리 내린 중국에서의 성공 신화를 유통으로 꽃피우겠다는 구상이다. 이랜드만의 무기로는 백화점 하나를 통째로 채울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콘텐츠’를 들었다. 중국 현지 기업이 건물을 내어주면 경영은 이랜드가 맡는 합작 형태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지난 15일 중국 상하이 창닝지구에 개점한 이랜드 유통 1호점 ‘팍슨-뉴코아몰’은 이전까진 백화점으로 사용됐지만 이랜드가 관여한 이후 복합쇼핑몰로 거듭났다. 초기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해 12월19일 일부 패션관만 먼저 선보이는 사전 개점 행사를 진행했는데 당일 매출은 기존 팍슨백화점 일 매출보다 5배 많은 1525만 위안(약 27억4500만원), 주말 양일 매출은 8.3배 높은 2274만 위안(약 40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정식 개점한 지난 15일에는 14만 명에 달하는 현지 고객이 쇼핑몰을 다녀갔다.
박 부회장은 “중국 백화점의 위기에서 새로운 기회를 봤다”면서 “콘텐츠만 갖고 51%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건 중국기업이 우리가 보유한 콘텐츠의 가치를 그만큼 높이 평가했다는 뜻”이라며 “2020년 중국에서만 총매출 25조원, 그 중에서도 신 성장 핵심인 유통 사업으로만 15조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우리는 계속 기적을 만들고 싶다. 이랜드의 중국 신화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다음은 박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 중국의 유통매장과 다른 팍슨-뉴코아몰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 중국에서는 굉장히 새로운 시도다. 팍슨 회장이 백화점의 미래가 안 보인다고 말할 정도로 백화점이 많고, 어디를 가나 고급 브랜드 위주로 같은 상품이 진열돼 있는데 팍슨-뉴코아몰은 다르다.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하는 복합쇼핑몰이면서 명품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구입하는 도심형 아웃렛 성격이 섞여있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화장품, 패션 브랜드도 상당히 많다. 여기에 ‘스파오’ ‘슈펜’ ‘모던하우스’ 등 저렴한 SPA 브랜드도 한 공간에 넣었다.
시험운영 한 달간 고객이 많이 젊어졌다. 팍슨이 백화점으로 운영될 때에는 30대 후반에서 40대 고객이 주를 이뤘는데 요즘은 20~30대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 이랜드 경영진이 생각하는 위기와 기회 요인은?
△ 불경기가 지속되며 백화점 성장도 하락세다. 다들 위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랜드는 항상 위기 속에서 커왔다. 백화점의 위기가 기회라고 생각해서 유통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준비를 시작한지는 2년이 조금 넘었다.
1호점을 준비하며 느낀 건데 중국은 하드웨어가 정말 좋다. 백화점이 쇠퇴하면 옥석이 가려질 거고 아이디어와 콘텐츠만 투자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말하자면 각자의 강점을 접목하는 거다.
- 중국 유통 사업에서 현지 회사와 합작사(조인트벤처) 형태를 고수하는 이유는 뭔가.
△ 매장을 직접 지으면서 하면 출점 속도가 더디다. 중국은 외국인이 사업을 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그 나라 비즈니스는 확실히 그 나라 사람(중국사람)들이 더 잘한다.
- 한국의 경쟁사들은 중국에 진출해 참패한 뒤 매장을 줄여나가고 있다. 한국기업들의 실패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그와 다른 이랜드만의 차별화 전략이 있다면?
△ 중국에서 중국기업과 외국기업이 같은 걸로 싸우면 중국기업이 이길 수밖에 없다. 중국과 똑같이 콘텐츠가 아닌 하드웨어로 접근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본다.
중국에 백화점, 마트 등 하드웨어는 너무나 많다. 이미 포화 상태다. 반대로 그 속을 채울 콘텐츠는 부족한데 우린 그 부분을 공략하려 한다. 합작사 형태로 유통업에 진출한 이유도 그래서다.
1호점을 준비하는데 300억 정도 들었다. 팍슨과 지분율대로?나누면 투자액이 150억 정도다. 1호점보다 작은 규모의 백화점은 20억~50억 정도 들 것으로 예상한다. 1호점처럼 반반씩 지분을 나누면 매장 하나를 여는데 10억~25억원이면 가능한 셈이다. 문을 열면 바로 수익이 나는 구조다. 건물을 직접 지으면 투자비용이 많아지고 그런 만큼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진다.
- 부채비율이 높은데 원활한 투자가 가능하겠나. 이에 대한 생각은?
△ 현금 유동성은 좋다. 3개의 (신용평가) 기관에서 평가를 했는데 1개의 기관에서만 신용등급을 낮췄다. 수치만 보면 중국 사업이 주저앉은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과거 30~40%씩 성장하다가 지금은 10%대인데 이게 정상이다. 중국에 진출해 이 정도 수익을 내는 기업이 없지 않은가. 부채 비율이 높은 부분은 킴스클럽 매각으로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상장만한 게 없다. 내년 이랜드리테일 이외에 상장 계획은 없는가.
△ 솔직히 아직까진 없다. 당장 상장을 하지 않으면 회사가 어려운 상태도 아니다. 좀 더 매력적인 회사로 만들어서 공개하겠다. 아직은 부족하다. 이랜드리테일은 내년 계획대로 상장한다.
- 중국 시장이 어떻게 변하고 있다고 보나.
△ 실용적으로 변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SPA(제조·유통 일괄형)가 대세다. 과거 중국 백화점의 이용객은 돈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젠 서민이 그 자리를 대신할 때가 됐다.
대표적인 SPA 패션 브랜드인 ‘스파오’와 ‘미쏘’를 필두로 SPA 신발 브랜드 ‘슈펜’, SPA 가구 및 생활용품 전문 브랜드 ‘모던하우스’, 한식 뷔페 전문점 ‘자연별곡’ 등 중국에서 이랜드는 세계 최대 콘텐츠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 중국 유통점을 보고 ‘모자란 점이 많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 이번 1호점은 서민층이 밀집한 지역적인 특성을 감안해 할인점에 가깝게 콘셉트를 잡았다. 그렇다 보니 인테리어 같은 것들이 다소 미흡해 보이긴 하더라. 올해에만 모두 10개의 매장을 열 예정인데 콘셉트를 지역과 고객 성향에 따라 달리할 계획이다.
- ‘중국 최대 유통기업’을 목표로 정했는데 현재 중국의 유통시장을 이끄는 1위 기업은 어디인가. 목표 달성 시기를 언제쯤으로 보나.
△ 중국에서 가장 큰 유통 기업은 완다그룹이다.?현재 100개 이상의 유통 매장을 갖고 있다. 5년 후쯤에는 200개까지 늘 것 같다. 하지만 완다는 유통기업이라기 보다는 부동산 기업으로 자리매김했고, 바이렌은 운영하는 매장 가운데 하이퍼마켓(대형식품매장)도 있어 유통기업으로 구분해 비교하기가 모호한 측면이 있다. 2020년 중국에서 매출로 1위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 앞으로 한국과 중국에서의 사업 계획은? 비중은 어느 정도로 보고 있나.
△ 당분간은 부채 비율을 낮춰야 하기 때문에 올해는 M&A(인수합병)가 없을 것 같다. 대신 중국에서의 유통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경기가 안 좋으니 테마파크 등으로 해외 관광객을 보다 많이 유치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잡고 있다.
지난해 중국 매출이 2조6500억원, 올해 3조원을 넘어설 것 같다. 한국과 중국의 매출은 2017년이 되면 같아질 것 같고 그 이듬해인 2018년부터는 중국 매출이 한국을 앞지를 것으로 본다.
- 면세점, 화장품 등 그 밖의 사업에 대한 관심은 접은 건가.
△ 둘 다 우리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특화된 분야가 아니다. 화장품 사업을 지금 시작해서 아모레, LG생활건강 등을 이길 수 있겠나. 쉽지 않다. 킴스클럽도 어려워서 내놓은 게 아니다. 그 분야에서 1, 2위를 할 수 없다면 더 잘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는 것이 옳다고 봤다.
이랜드가 가장 잘하는 일은 망가진 사업을 매력적으로 다시 꾸며 살려내는 일이다. 너도나도 하겠다고 매달리는 사업에는 관심이 없다가 처음으로 공부하는 차원에서 면세점 입찰에 뛰어들었는데 안 됐다. ‘역시 우린 남들 다 하는 건 아니다’라는 결론을 냈다. 지금처럼 5년 밖에 운영을 못한다면 그것도 매력 없다. 규제 없이 자율경쟁으로 가면 그때는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첫 번째 파트너사인 바이셩 이외에 중국 내 여러 큰 유통기업이 이랜드와의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회사들이고 이후 매장은 구체적으로 중국 어디에 들어서나.
△ 그 부분은 아직 정식 계약체결 전이라 구체적인 이름은 밝힐 순 없다. 다음 달에 한 곳과 협약식이 예정돼 있다.
2·3·4호점은 상하이와 베이징에 들어선다. 그 이후엔 청두, 충칭, 난징까지 여러 지역을 염두에 두고 있다.
| 지난 15일 중국 상하이 창닝 지구에 새롭게 문을 연 팍슨-뉴코아몰 1호점 전경(사진=이랜드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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