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짜리 엔씨 지분 매각`..증권가 추측만 난무

by박형수 기자
2012.06.11 10:40:14

증권가 "왜 하필 지금..제가격도 안받고"
김택진 대표의 매각 대금 사용처에 관심 고조..넥슨홀딩스 지분 사면 궁금증 해소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엔씨소프트(036570)가 8000억원이 넘는 지분 매각을 통해 넥슨이라는 든든한 원군을 만났지만 투자자들은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차기 기대작 `블레이드 앤 소울`의 출시를 앞둔 시점에 김택진 대표가 경영권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한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 탓이다.

증권가에서도 국내 대표적인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결합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볼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갖가지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는 평가다.

11일 한화증권은 김택진 대표의 엔씨소프트 지분 매각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장기적 관점에서 밸류에이션 할인 요소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나태열 연구원은 "김택진 대표가 밝힌 지분 거래의 목적은 개발과 퍼블리싱 간의 협업"이었다면서도 "협업을 통한 상생이 목표라면 대주주 지분 매각보다 자사주 지분 스왑이 더 좋은 선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퍼블리싱 역량 면에서 보더라도 넥슨의 중국 매출 대부분이 현지 퍼블리셔인 텐센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엔씨소프트도 `블레이드 앤 소울`의 중국 진출을 위해 텐센트와 계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퍼블리싱 역량 강화라는 명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도 "기존 투자자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한 지분 매각"이라며 "시기적으로 기대작 출시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주주가 주식을 매각해야 하는 이유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최근 주가가 많이 하락한 상태에서 경영권에 대한 프리미엄 없이 시가보다 낮은 주가에 매각했다"며 "엔씨소프트 주가에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전했다.


최경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지분양수도 목적, 향후계획 등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며 "특히 엔씨소프트가 넥슨에 대해 방어전략 없이 매각된 것은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최대주주이자 창업자의 지분매각에 대한 방어전략은 경영의지와 분리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으로 중장기적인 거버넌스(지배구조) 이슈가 우려돼 부정적이라는 설명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배구조 우려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37만5000원에서 33만7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때문에 김 대표가 지분 매각을 통해 손에 쥔 자금의 사용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우철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김택진 대표가 김정주 넥슨 회장이 보유 중인 넥슨 홀딩스의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며 "김택진 대표의 넥슨 투자가 이뤄져야 진정한 전략적 제휴가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주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넥슨 홀딩스 지분 69%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지분 일부를 김 대표에게 매각해도 넥슨 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은 유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