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없이 떠나는 자전거 여행] 살 돈은 없다 그래도 달린다

by조선일보 기자
2008.11.06 11:45:00

공짜부터 3000원까지 자전거 빌려주는 여행지 늘어

[조선일보 제공] 요즘 유럽은 '자전거 여행족'으로 가득합니다. 몇 년 전엔 배낭여행객들이 유레일 패스 들고 기차를 꽉 채우고 최근엔 저가항공이 하늘을 뒤덮더니 이제는 친환경·저비용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자전거 여행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자전거 위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은 꽉 막힌 자동차를 타거나 천천히 걷는 것과는 사뭇 다른, 시원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재미를 뿜어낸다. 서울시내 13군데 설치된 무료 자전거 대여소 덕분에 자전거 없는 이들의 자전거 나들이가 점점 수월해지고 있다. 양재천 부근, 도곡동 타워팰리스 앞에서 자전거를 즐기고 있는 회사원 강자영씨. 의상은 QUA.

그 대표 주자가 '유럽 그린웨이(Greenway)협회' (www.aevv-egwa.org) 입니다. 이 협회는 여행자들이 화석연료를 쓰는 자동차·기차·비행기를 타지 않고, 걷거나 자전거로 여행할 수 있도록 평탄한 길들을 찾아내고 다듬는 일을 합니다. 노선이 없어진 기찻길 옆 둔덕을 없애 자전거길을 만들고 비어 있는 역사(驛舍)를 자전거 여행객을 위한 쉼터로 꾸미는 등 이 협회가 마련하는 정보와 지도는 '그린웨이 여행' 홈페이지(www.oevv-egwo.org)에서 누구나 쉽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 핀란드 헬싱키 같은 도시는 시가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준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지요. 지난 여름 헬싱키에선 2유로짜리 동전만 넣으면 마트에 있는 카트처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노란 바퀴 자전거를 탄 남녀노소가 거리를 누볐습니다.



가뿐한 자전거 여행,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리신다고요. 서울시에서 준비한 무료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한강 주변 자전거 도로나 중랑천을 달려 보셨나요? 파리 센강이 부러울 게 뭐 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대전광역시, 경남 창원 등 공용 자전거를 빌려준다는 지자체도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문 닫은 기차역을 활용한 전남 곡성역 기차마을 부근의 섬진강 풍경과 섬 네 개를 오가며 바닷바람 실컷 맞을 수 있는 군산 선유도도 근사합니다. 자전거가 없어도 걱정하실 필요 없도록, 이 신나고 흥미롭고 트렌디한 여행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자전거 빌려 주는 여행지'를 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