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의맛] AI 시대, 김치는 대체되지 않는다
by노희준 기자
2025.04.12 11:00:00
지브리, 심슨, 짱구 스타일 AI생성 이미지 봇물
AI시대 ''사람의 것'' 찾아...김치 그런 지구대표 음식
발효 리듬과 맛의 깊이 어떤 알고리즘도 구현 못해
"먼 훗날 화성 어느 호텔 냉장고 안에 김치 놓일 것"
[정찬기 대상 Global김치마케팅팀장] 지난 3월 말, 챗GPT가 다시 한번 세상을 들썩이게 했다.
SNS에는 ‘지브리’, ‘짱구’, ‘디즈니’, ‘심슨’ 같은 그림체로 변환된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가 넘쳐났고, 일상의 풍경이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재탄생됐다. 누구나 작가가 될 만큼 기술은 감성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나 역시 그 유행을 피해 가지 못하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꿨다.
 | 대상 종가 김치 (사진=대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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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이제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기술과 감성, 전통과 창조가 충돌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 시대 속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사람의 것’을 찾는다. 표준화되지 않고, 느리지만 손으로 정성을 들여 만들어야 하는 무언가. 바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기만의 것’이다. 김치는 그런 음식이다. 발효의 리듬과 맛의 깊이는 그 어떤 알고리즘도 아직은 구현해내지 못하고 있다.
나는 20년 넘게 식품업계에 몸담아왔고, 현재는 종가 김치의 글로벌 마케팅팀을 맡고 있다.
김치를 세계에 알리는 일은 단순히 식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 정체성을 전달하는 일이다. 발효는 과학이자 예술이다. 기후, 토양, 미생물, 사람의 손, 그리고 기다림이 만들어내는 유기적인 조화다. 과거에는 일본,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위주였던 김치 수출 시장이 이제는 미국, 유럽, 호주, 중동, 남미까지 넓어지고 있다. 김치를 찾는 손길은 전 세계로 다양해지고 있다.
2023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와 2024년 미국 LA·뉴욕을 순회한 김치 푸드트럭 이벤트를 통해 수많은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했다. 이제 김치는 단순한 한국의 채소절임 반찬이 아니라, ‘한국 이야기와 정체성’을 지닌 음식으로서 세계인의 식탁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2024년에는 미슐랭 스타 셰프 코리 리(Cory Lee)와 함께 ‘산호원 김치 콜라보 제품’을 선보였다. 전통 김치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파인다이닝(fine dining)의 세계로 확장한 시도로, 발효 음식이 고급 식문화와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의미심장한 도전이었다.
2025년 종가는 다시 도전한다. 미국, 유럽, 호주 등 외식 강국의 레스토랑들과 협업해 종가 김치를 활용한 새로운 메뉴와 제품들을 공동 개발 중이다. 김치가 단지 ‘한국 음식’이라는 범주를 넘어, 글로벌 식문화 안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기 위한 여정이다. AI가 산업과 사회를 바꾸고 있지만, 김치처럼 건강하고 복합적이며 인간에게 감각적 즐거움을 주는 식품은 쉽게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0월, 포항공대 IT융합공학과에서 푸드 테크 특강을 진행했다. ‘김치는 엔비디아를 능가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하였고, 처음엔 다소 도발적으로 들릴 수 있었지만, 그것은 우리의 김치가 엔비디아 못지않게 인간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나의 진심을 담은 것이었다. 김치와 같은 전통 식품에 IT 기술이 접목된다면, 식품산업 역시 AI와 반도체와 같은 영향력과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AI 의공학, 자율주행, 로봇, 바이오, 헬스 산업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식품산업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고, 그 반응은 나의 이야기가 공상이나 과장이 아님을 증명해줬다.
나는 가끔 인류의 우주 시대를 상상한다. 일론 머스크의 무모한 도전이 한 걸음씩 현실이 되어가듯, 먼 훗날 화성의 어느 호텔 냉장고 안에 잘 숙성된 종가 김치가 놓여 있기를 바란다. 그것은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인류의 건강한 식생활, 그리고 지구의 문화인 것이다.
이탈리아의 전통 음식이었던 피자는 100년이 흐른 뒤, 이제 전 세계인의 음식이 되었다. 김치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전 세계 누구나 즐기는 ‘모두의 김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날을 향해, 우리는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한국의 김치의 깊은 맛과 가치를 전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베트남, 중동 등 다양한 시장에서 종가의 뿌리를 알리며, 한국 식문화의 자긍심을 지켜가고 있다.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가장 한국적인 김치지만, 가장 유니버스한 김치, 종가.”
| 정찬기 대상(주) Global김치마케팅팀장 (사진=대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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