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글로벌 식량시장…흑해 곡물협정 2개월 연장
by박종화 기자
2023.05.18 09:16:07
우크라·러, 극적 합의… 中·튀르키예까지 나서 러 압박
식량안보 우려↓…유엔 사무총장 "전세계에 희소식"
러, 2개월뒤 제재완화 지렛대로 협정 활용 가능성 여전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중단 위기에 놓였던 흑해 곡물 협정(흑해 곡물 이니셔티브)을 두 달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중단에 따른 식량 위기 가능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17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18일 만료 예정인 흑해 곡물 협정을 2개월 간 추가 연장하기로 이날 합의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 세계에 희소식”이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식량과 비료 수출이 안전하고 예측가능하게 글로벌 공급망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했다.
흑해 곡물 협정은 흑해 항구 3곳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산 식량이나 비료 등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식량 수출 중단에 따른 전 세계 식량 위기를 막기 위해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 중재 아래 체결됐으며, 같은해 11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시한이 연장됐다.
최근 러시아는 흑해 곡물 협정을 연장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을 압박했다. 자국 농산물과 비료 수출은 제재 때문에 여전히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가 자국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야 흑해 곡물 협정을 연장하겠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연장 협상이 난항을 겪었고, 이에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발생했던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협정 연장을 택한 것은 우방국으로 꼽히는 중국과 튀르키예까지 나서 러시아를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흑해 곡물 협정 연장과 관련해 “(우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세계 식량안보를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국가들을 돕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다만 협정 시한이 만료되는 2개월 후에 다시 한 번 식량 안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 미하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왜곡된 협정 이행은 가능한 한 빨리 시정돼야 한다”며 추후 또다시 러시아산 농산물·비료에 대한 제재를 문제삼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NYT는 흑해 곡물 협정 연장이 이달 28일 열리는 튀르키예 대선 결선투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야당의 맹추격을 받는 상황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국제적 중재자와 식량 가격 안정 주역으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