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가계대출 석달째 감소세에 '대출 빗장 풀기'(종합)
by서대웅 기자
2022.03.27 13:24:32
올 들어 3개월 연속 감소 전망
마통 5천만원 한도 속속 완화
새 정부, DSR 규제 완화 가능성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시중금리 상승 영향으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3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대출자산 감소세가 이어지자 은행들은 대출 빗장을 풀기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출규제가 완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3월 24일 기준)은 705조293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말 대비 6441억원 감소한 규모다. 이달 말까지 4거래일이 남았지만 증가세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1월과 2월 각각 1조3634억원, 1조7522억원 줄어들며 이례적으로 2개월 연속 감소했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전환한 이유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택가격 상승세가 꺾이면서 주택 관련 대출이 크게 늘지 않아서다. 세계 긴축 움직임이 본격화하며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신용대출 수요는 줄었다. 3월 들어 24일까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은 각각 6033억원, 1757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고 신용대출은 1조293억원 감소했다.
5대 은행을 포함한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부터 감소세를 보여왔다.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면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3년 10월 이후 역대 최장의 대출 감소세다.
대출자산 감소세가 심상치 않자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낮추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내달 4일부터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1월 모든 차주를 대상으로 마통 한도를 5000만원으로 제한한지 약 1년 2개월 만이다. 신용대출인 ‘우리 원(WON)하는 직장인대출’ 한도도 최대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어난다.
신한은행도 현재 5000만원과 1억5000만원으로 묶어둔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한도를 이르면 다음주 중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일부터 전문직군 대상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1억5000만원으로, 일반 직장인 한도는 1억원으로 각각 늘렸다. 하나은행은 지난 1월 말 한도를 올렸다.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 한도가 다시 늘어나면 사실상 대부분 규제가 지난해 이전 수준으로 복원된다. 남은 규제는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 취급하는 것 정도다.
|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건물 입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등 참석자들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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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대출 빗장을 풀어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막힐 수 있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DSR 규제가 완화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효과를 내려면 DSR 규제도 함께 풀어야 해서다. DSR은 연소득 대비 연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대출규제와 관련해서 ‘완화’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1주택 실소유자에 대해선 전 지역 LTV 상한을 70%, 생애 최초 구입자엔 80%까지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총대출액이 2억원 초과시 DSR 40% 이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한 현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고소득자만 혜택을 본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DSR 규제는 오는 7월부터 총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에까지 대상이 확대된다.
전문가들은 대출 문턱을 무조건 낮추는 것은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증가세는 한 풀 꺾였지만 20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는 여전히 위험 요소라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DSR 규제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센터장은 “지금은 DSR 규제 대상에서 전세대출 등이 빠져 있지만 가계가 보유한 모든 대출을 DSR 규제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24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대출규제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누증될수록 대내외 충격에 따른 금융·실물경제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되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세의 억제 노력은 일관되게 추진할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은은 특히 “차주단위 DSR 규제 조기시행 등 상환능력 중심의 대출 관행 확립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