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피플]러 3대 갑부 프로호로프, 反푸틴 바람탈까

by민재용 기자
2011.12.13 10:51:44

프로호로프, 내년 대권도전 선언
변화 갈망하는 러 국민, 등장 반겨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미국 프로농구팀 뉴저지 네츠를 소유한 러시아의 재벌이 절대권력자 블라디미르 푸틴의 대항마?

언뜻 들으면 말이 안 될 것 같은 얘기가 부정선거 시비로 혼란을 겪고 있는 러시아 정국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의 3대 재벌로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루살 주식 17%와 러시아 최대 금 채굴업체인 폴류스 졸로토 주식 30%를 소유하고 있는 미하일 프로호로프(46·)가 내년 3월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현 대통령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도 푸틴의 기에 눌려 대선 도전을 포기한 상황에서 프로호로프의 대권 도전은 몇 개월 전만 해도 무모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4일 실시된 러시아 하원 총선에서 부정선거 시비가 제기되고 이에 러시아 국민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이자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푸틴의 장기 집권 야욕에 염증을 느낀 러시아 국민들은 프로호로프의 등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공산주의 몰락 후 민영화된 기업을 발빠르게 인수하는 수완을 발휘해 세계 거부로 부상한 그가 국민의 변화 욕구를 충족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또 `푸틴만 아니면 된다`는 반푸틴 정서가 만연한 상황에서 프로호로프가 어느 정도의 세만 얻으면 국민의 지지가 급속히 쏠릴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프로호로프의 정치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프로호로프는 지난 6월 재벌의 정치 참여 금지 관행을 깨고 중도우파 성향의 정당 `올바른 일`의 의장으로 활동하며 푸틴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푸틴의 견제와 당내 권력 투쟁에서 밀려 의장직에서 쫓겨나는 등 그의 정치 행보는 당시에는 큰 파괴력을 지니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인물과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이 높아진 상황에서 프로호로프의 재등장은 러시아 정치권에 이전과는 다른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모스크바 출생으로 모스크바 금융연구소에서 일했던 프로호로프는 1993년 공산주의가 몰락하자 정부 소유 광산업체 노릴스크를 인수, 세계 최대 천연자원 개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후 2007년에는 170억달러 규모의 민간 투자 기업 오넥심 그룹을 세워 투자업에도 진출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프로호로프의 재산 은 약 180억달러로 러시아 내 세 번째 갑부다.

그는 스포츠와 예술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 2004년에는 그의 이름을 건 재단을 세워 이 분야 활동을 후원했고 2009년에는 미국 프로 농구팀 뉴저지 네츠를 인수하기도 했다.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기 전인 2006년에는 당시 대통령인 푸틴으로부터 국가 명예훈장을 받는 등 친정부 인사로 분류됐다. 하지만, 올해 정치권에 입문한 데 이어 푸틴이 범국민적 저항에 부딪히는 절묘한 순간에 대권 도전을 선언함으로써 푸틴의 최대 정적으로 자신을 스스로 탈바꿈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