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상용 기자
2004.01.02 10:44:00
[edaily 오상용기자] 카드발 금융위기는 아직 잠들지 않았다. 세밑 금융시장을 뒤흔든 LG카드 사태는 채권금융기관간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막판 조율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더딘 경기회복이 갈길 바쁜 카드사의 발목을 여전히 잡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풀린다 해도 카드산업이 다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기는 힘들거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LG카드 정상화 `험로`
LG카드(032710)는 매각조건 변경에도 `사겠다`는 은행이 나타나지 않았다. 인수후보로 지목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이 회사 부실이 너무 큰데다 자금여력도 없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이에따라 채권단과 정부는 LG카드 매각불발에 대비해 `채권단 공동관리 방안`을 마련했다. 일단은 채권단 공동관리 아래 정상화작업을 거친 후 주인을 찾아주자는 생각인 셈. 산업은행이 자금을 조금 더 지원하고, 관리를 맡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일 "LG카드 문제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 "LG카드 정상화 방안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국민카드는 모(母)은행과 합병했고, 삼성카드도 삼성캐피탈과 합병해 1조 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등 카드사들이 전체적으로 정상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LG카드 처리문제는 아직 산넘어 산이다. 공동관리의 경우 ▲채권단의 2조원 출자전환과 ▲2조원 신규 유동성 지원 ▲LG그룹의 추가 9500억원 출자전환 등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이해당사자간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공동관리가 결정된다 해도 경영정상화에 이르기까지는 숱한 지뢰밭을 통과해야 한다. 유동성 문제가 생길 때마다 채권기관간 합의를 통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잠재 부실이 얼마나 더 있을지에 대한 기관간 분석도 엇갈리는 상황.
◇더딘 경기회복‥카드사 실적개선 걸림돌
더딘 경기회복도 갈길 바쁜 카드사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움츠러든 소비심리와 내수부진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카드사의 경영실적도 빠른 호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과 직결돼 있는 고용여건은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분기 평균 3.1%였던 실업률은 2분기와 3분기 각각 3.4% 및 3.5%로 확대됐고, 10월과 11월에는 3.7%로 그 폭을 넓혔다.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호전되더라도 고용여건은 쉽게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있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민간연구소장들은 `고용없는 성장`이라는 암울한 미래를 예고한 바 있다.
서민과 20대 청장년들은 카드빚을 갚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돈 구할 길이 막막해지는 것이다. 이는 카드사 장기연체율이 개선되지 않는 요인이기도 하다. 아울러 최근 LG카드와 외환카드가 유동성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다른 카드사로 현금서비스 고객이 몰리면서 `부실의 전이`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카드채 19조6700억원 만기도래
올해 만기도래하는 카드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 규모는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신전문업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10월말 기준 카드사 발행 채권과 ABS는 총 40조8000억원. 이 가운데 48.2%인 19조6700억원이 올해중 만기가 돌아온다.
이처럼 카드사 유동성 위기는 `금융시장의 고장난 시한폭탄`이다. 아직은 예측 가능한 범위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다.
경기회복 지연으로 카드사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또 한차례 비상대책이 동원돼야 할 지경이다.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카드산업이 지난 99~2001년과 같은 황금기를 누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364만명을 돌파한 신용불량자, 포화상태에 달한 카드시장 구조를 감안할 때 예전 확장기와 같은 호황을 기대하기란 힘들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늦어도 총선 전까지 LG카드를 비롯한 카드사 문제를 일단락짓지 못하면 올해도 지난해처럼 1년내내 카드사와 카드채 문제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