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경제팀 1년평가④-금융구조조정 외형에 성과..실속은?

by조용만 기자
2001.08.08 11:25:08

[edaily] "성과는 있었다, 하지만 실속은?" 진념 경제팀 출범후 1년간 금융권에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금융구조조정과 관련, 이헌재 경제팀의 대표작이 퇴출이었다면 진념 경제팀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통합이다. 진념 경제팀 출범이후 가장 먼저 가시적인 성과를 낸 부분은 국민·주택은행의 합병 착수와 우리금융지주회사의 출범. 우량은행의 대표주자인 국민과 주택은 지난해 합병선언에 이은 합병계약 체결, 새로운 CEO 선정 등으로 11월 출범을 위한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말 추가 공적자금 투입으로 부실을 털어낸 한빛·평화·광주·경남은행은 한지붕 아래 모여 우리금융지주회사로 새 출발했다. 우여곡절끝에 지주회사와 자회사간 MOU체결도 마무리돼 모회사-자회사 체제의 기본골격을 갖춰가고 있다. 프랑스의 BNP파리바와 전략제휴를 맺은 신한은행은 계열사들과 함께 순수 민간주도의 금융지주회사를 다음달에 공식 출범시킬 예정이다. 정부가 금융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모토로 내세웠던 대형화·겸업화의 큰 골격이 갖춰져가고 있는 셈이다. 조흥과 하나은행도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목표로 삼고 작업을 추진중이다. 정부도 이같은 상황변화를 앞으로의 구조조정에 충분히 활용할 태세다. 7일 열린 대통령 주재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정부는 이들 대형 금융기관들이 새로운 경영계획을 공표하면서 대형화와 겸업화, 수익성 위주의 경쟁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다시 한번 은행 합병카드를 언급,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하드웨어 중심의 2단계 금융구조조정의 틀이 지난해 말로 마무리됐다고 선언하고 올들어서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새로운 구조조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은행들은 부실여신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올 상반기에는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다. 적정 예대마진 확보와 수수료 현실화,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도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진념 경제팀 출범후 첫번째 시련이었던 현대문제도 채권단을 전면에 내세운 꾸준한 압박으로 외형상으로 계열분리와 문제 경영진의 퇴진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과거 정부가 주도했던 기업 구조조정도 마찰이 없지는 않지만 채권단 중심의 자율추진이 정착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외형에도 불구하고 실속은 뒤따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양을 갖추는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내실을 기하지 못해 예상만큼 잘 굴러갈지 미지수고 은행의 부실을 초래할 잠재요인은 여전히 남아있다. 국민·주택은행의 합병은 시작부터 관치시비를 낳았고 정부의 압박은 지난해 연말 사상 초유의 은행 장기파업을 초래했다. 합병행장후보 선임후 국민은행의 조직적 반발에 통합작업은 현재 중단상태에 처했고 조직원들간의 갈등의 골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우리금융의 경우 우여곡절끝에 MOU는 체결됐지만 자회사 기능재편을 둘러싼 이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자회사들에게 독자적 경영권을 부여함으로써 다가올 총선정국에서 이들의 독립요구를 어떻게 무마할지가 성패의 관건으로 남게 됐다. IMF와의 약속사항인 서울은행 매각도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초 6월말까지 매각을 마무리지을 계획이었지만 인수희망자들은 하나 둘 떠나고 경영자문을 맡은 도이체방크의 자회사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정부는 9월말, 필요시 연말까지 매각시한을 늦춰 잡았지만 시간연장이 매각을 담보하고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매물로 내놓은 대한생명과 부실 손보 3사의 처리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대생은 팔겠다고 공언하지는 오래됐지만 7일 공자위에서야 겨우 부실을 메울 공적자금 투입이 결정된 상태다. 경제팀에게 앞으로 남겨진 가장 큰 숙제는 공적자금의 원활한 회수. 이는 2002년 하반기이후로 예정된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민영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정부는 은행 소유지분 한도를 확대하고 공정자금 투입 금융사들의 주식을 묶어서 파는 방법 등 민영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문제는 증시가 얼마나 이를 뒷받침해 주느냐는 것. 세계적 경기침체와 대기업 처리의 미해결,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불확실성 상존 등으로 인해 쉽게 활황으로 돌아서기는 힘든 분위기다. 진념 경제팀이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활성화, 내수진작과 수출촉진과 함께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고 이같은 상황을 감안한 해법으로 파악되고 있다. 은행경영이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문제 대기업 처리는 여전히 채권은행들에게 큰 짐으로 남아있다. 현대건설 출자전환 주식의 가치, 자구를 통한 하이닉스의 독자회생 여부, 대우차의 적정가 매각 등 문제 대기업의 처리방향에 은행권은 다시 큰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지난해 8.7 개각후 1년간 적잖은 성과를 도출한 진념 경제팀이 외형에 걸맞은 실속을 어떻게 갖추고, 금융기관 매각과 대기업 처리 등 남은 현안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금융 구조조정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