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금테크…골드바 판매 반 년 만에 70% 뚝
by최정훈 기자
2026.06.28 13:23:36
골드뱅킹 잔액 6개월 새 23% 감소
골드바 판매도 70% 급감…실물 투자 '주춤'
금리 인상 우려·달러 강세에 금값 약세
증시로 자금 이동…금 투자 '관망세'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연초 안전자산 선호 심리 속에 뜨겁게 달아올랐던 ‘골드 러시’가 빠르게 식고 있다. 시중은행 골드뱅킹 잔액은 올해 들어 매달 감소하며 6개월 만에 20% 넘게 줄었고, 골드바 판매도 연초 대비 70% 가까이 급감했다. 연초 금값 급등에 뛰어들었던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달러 강세, 국내 증시 강세가 맞물리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냉각되는 모습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올해 1월 말 2조4434억원에서 2월 2조3322억원, 3월 2조1259억원, 4월 2조803억원, 5월 2조314억원으로 매달 감소한 데 이어 이달 25일 기준 1조8797억원까지 줄었다. 연초와 비교하면 5637억원(23.1%) 감소한 규모다. 골드뱅킹 잔액이 반년 가까이 감소세를 이어간 것은 연초 급등했던 금 투자 열기가 그만큼 빠르게 진정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골드뱅킹은 실물 금을 보유하지 않고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파는 대표적인 금 투자 상품이다. 연초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투자금이 몰렸지만, 이후 금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추가 매수세도 눈에 띄게 약해졌다.
실물 금 투자 위축은 더욱 뚜렷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올해 1월 897억7000만원에서 2월 542억2000만원, 3월 522억8000만원, 4월 490억5000만원으로 감소했다. 5월에는 322억1000만원, 이달 25일 기준으로는 270억3000만원까지 줄었다. 연초와 비교하면 약 70% 감소한 수준이다.
불과 몇 달 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연초에는 금값 상승 기대감과 한국조폐공사의 골드바 공급 차질이 겹치면서 일부 은행에서 판매를 일시 중단하거나 구매 대기가 발생하는 등 품귀 현상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초와 같은 과열 양상은 대부분 해소됐고 투자자들도 추가 매수보다 관망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변화는 국제 금값 흐름과 맞물려 있다. 금값은 올해 1월 온스당 5594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전환했다. 최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달러 강세가 겹치면서 국제 금 현물 가격이 온스당 3992달러까지 떨어졌고, 고점 대비 낙폭도 28%에 달해 약세장에 진입했다.
금은 이자나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어서 금리가 오를수록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미국 국채 등 이자 수익을 제공하는 자산의 매력이 커지는 데다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달러로 거래되는 금의 매입 부담도 커져 수요가 위축된다. 최근 골드만삭스와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잇달아 금값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도 투자심리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 강세 역시 영향을 미쳤다. 최근 코스피가 상승 흐름을 이어가면서 금 투자로 수익을 거둔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일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값 급등으로 평가이익을 확보한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한 뒤 상대적으로 기대수익률이 높아진 위험자산으로 자금을 재배분하는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에는 골드바 입고 일정이나 재고를 문의하는 고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가격이 더 조정될지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연초처럼 공격적으로 매수하기보다 차익을 실현하거나 투자 시점을 늦추는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은 금 투자 수요 자체가 구조적으로 꺾인 것은 아니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국 통화정책 변화나 중동 정세 악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대외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경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재차 살아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만큼 지금은 투자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가격 급등 이후 숨 고르기 국면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커질 경우 투자심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