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트론·리가켐바이오, 1세대 바이오 저력 보여줬다[바이오맥짚기]

by유진희 기자
2024.10.11 13:55:52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10일 펩트론(087010)과 리가켐바이오(141080)의 주가가 바이오(제약·바이오·의료기기) 기업의 상승장을 견인했다. 국내 1세대 바이오벤처로서 바이오 시장의 부침 속에도 양사의 저력이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펩트론의 최근 주가 추이. (자료=KG제로인 엠피닥터)


KG제로인 엠피닥터(MP DORTOR·옛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국내 주가 상승률 톱10(이하 종가 기준)에 포진한 바이오사는 펩트론과 나노엔텍(039860)으로 양사 모두 전일 대비 20% 넘게 뛰었다. 리가켐바이오는 톱10에 포함되지는 못했지만 신고가를 달성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곳은 펩트론이다. 7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이날도 전일 대비 20.0% 오른 7만 3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소재는 명확했다. 글로벌 당뇨·비만치료제 시장을 이끌고 있는 미국 일라이릴리와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기술 평가 계약이다.

계약 기간은 계약 체결일(7일)로부터 약 14개월이다. 공시에 따르면 펩트론은 장기지속형 약물 플랫폼 기술 ‘스마트데포’ 대해 일라이릴리에 비독점 라이선스를 부여한다. 펩트론의 스마트데포를 일라이릴리가 보유한 펩타이드 약물들에 적용하는 공동연구 진행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 7일 펩트론은 장 마감 후 이 같은 내용을 공시했다.

일라이릴리를 비롯한 글로벌 제약·바이오사가 펩트론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뇨·비만치료제 ‘PT403’과 ‘PT404’을 통해 스마트데포의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각각 세마글루타이드와 GLP-1/GIP 이중 수용체에 기반한 1개월 이상 지속 서방형 제제다. 세계 당뇨·비만치료제 시장은 이 두 작용제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펩트론 제품은 여기에 지속성 약물 전달 기술인 스마트데포를 적용한 게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PT403과 PT404가 기존 제품 대비(주 1회 지속형 주사제) 높은 경쟁력을 보일 것으로 분석한다. 세미글루타이드와 GLP-1/GIP 이중 수용체의 효과는 유지하면서, 지속시간은 최소 4배 이상 늘린 제품이기 때문이다.

일라이릴리 입장에서는 이 기술을 적용하면 비만·치료제 시장 패권을 지속적으로 주도할 수 있게 된다. JP모건에 따르면 GLP-1 시장은 2022년 224억 달러(약 30조원)에서 연평균 13.3% 증가해 2030년 1000억 달러(약 133조원)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펩트론 관계자는 “아직 계약 초기 단계로 좀 더 진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와 동시에 cGMP 공장 건설 등으로 자체적인 생산력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리가켐바이오의 최근 주가 추이. (자료=KG제로인 엠피닥터)


리가켐바이오도 연중 신고가를 경신하며, 바이오의 확실한 대세주로 자리매김했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 4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왔으며, 10일에는 전일 대비 9.5% 오른 12만 3300원으로 장을 끝냈다.

기술수출의 명가로 일컬어지는 리가켐바이오의 이날 주가 상승도 명성에 걸맞은 소재가 작용했다. 리가켐바이오는 같은 날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술이전 계약 2건을 체결했다고 공표했다. 고형암을 대상으로 하는 비임상 단계 ADC인 ‘LCB97’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 자체 개발한 ADC 플랫폼인 ‘콘주올’(ConjuAll)을 이용한 ADC 후보물질 발굴 및 개발에 대한 공동연구·기술이전 계약이다.

ADC는 항체와 약물이 링커라는 연결물질을 통해 화학적으로 결합한 형태의 항암제다. 목표로 삼은 암세포만 공격하는 특성을 지닌다. 이번 계약에 따라 오노약품은 LCB97과 관련해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 권리를 확보한다.

오노약품은 리가켐바이오에 최대 7억 달러(약 9435억원) 규모 선급금, 연구개발 및 판매에 따른 마일스톤을 지급할 예정이다. 상업화 이후 순매출액에 따른 로열티도 별도 지급된다.

오노약품은 콘주올을 활용해 복수 타깃에 대한 ADC 후보물질을 발굴 및 개발할 수 있는 글로벌 독점권도 확보한다. 이에 대해서도 오노약품은 리가켐바이오에 타깃 독점에 대한 선지급금 및 연구개발·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 순매출액에 따른 로열티를 별도로 지급하게 된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바이오사와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글로벌 ADC 선도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10일 주가 상승률 톱10에 포함된 또 다른 기업 나오엔텍은 글로벌 시장의 영향을 받았다. 이 회사는 전날 대비 20.7% 오른 4075원으로 장을 마쳤다. 나노엔텍은 글로벌 제약·바이오사 노보노디스크의 위탁개발생산(CDMO) 파트너 써모피셔에 소모품을 공급하고 있다. 써모피셔는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생산하고 있으며, 향후 공급물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