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도 받아다 써요”…고물가 속 불편 감수하는 서민들
by황병서 기자
2024.03.24 15:03:30
주방세제의 액체 등만 사는 방식
용기 가져가 무게 재는 등 번거롭지만
“추가 수입 어려워…한 푼이라도 절약하려는 것”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집에서 사용하던 용기에 주방 세제 액체를 가득 채워봤는데 2000원밖에 들지 않더라구요. 저렴해서 자주 찾고 있어요.”
직장인 박모(32)씨는 주방 세제 액체 등을 판매하는 상점을 자주 찾는다. 세제 통을 직접 가지고 가서 무게를 재는 등의 번거로움이 있지만, 한 푼이라도 절약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박씨는 “집에서 사용하는 세제 통 기준으로 가격이 1만5000원 정도인데 리필만 하면 2000원밖에 들지 않아 저렴해서 자주 이용한다”면서 “주방 세제나 빨래 세제를 대용량으로 사용했지만 굳이 이렇게 사용하면서까지 돈을 써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섬유유연제, 세탁세제 등을 액체 형태로 판매하는 모습.(사진=황병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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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에 씀씀이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절약 방법 등이 등장하고 있다. ‘냉장고 파먹기’, ‘무지출 챌린지’, ‘ 등에 이어 박씨처럼 각종 세제의 용기 값을 줄이고자 액체만을 리필해서 구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주방 세제 액체 등을 판매하는 상점인 ‘행복한 나눔’ 내부. 개인과 기업에서 기증받은 상품을 판매하는 이 상점 한 쪽에는 ‘리필스테이션’이 자리하고 있다. 리필스테이션에는 ‘섬유유연제·10g=20원’, ‘세탁세제·10g=25원’, ‘주방세제·10g=30원’ 등의 문구가 써 붙인 액체가 담긴 세제 통이 마련돼 있었다. 이용하는 방법도 설명돼 있다. 가져온 용기에 액체를 담은 뒤 저울에 용기를 올리고 무게를 잰 후 측정된 g만큼 비용을 내면 되는 방식이다.
이곳을 찾은 주부 이모(52)씨는 “가족이 많아서 대용량을 사서 써도 섬유 유연제랑 빨래 세제를 금방 없어진다”면서 “이곳에서 리필 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몇 번 사용해봤는데 비용적인 측면에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 상점 매니저는 “주로 젊은 층 사람들을 중심으로 해서 리필을 해서 사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면서 “저렴하기도 하지만 친환경적인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찾은 서울 중구 알맹 상점 리필스테이션의 상황도 비슷했다. 이곳은 주방 세제 외에도 샴프·린스·바디워시 등도 액체 형태로 판매하고 있었다. 물비누 통에는 ‘1g=35원’, 바디워시 통에는 ‘1g=30원’ 등이 써 붙어 있었다. 매니저는 “하루에 10명 이상이 상점에 와서 리필로 액체 등을 받아가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저렴하기도 하지만 굳이 용기를 또 사서 써야 하나 이런 생각에 오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상점 근처에 거주하고 있는 임모(35)씨는 “집값 등으로 대출금이 많이 나가서 뭐라도 줄여야 한다는 방법에 리필을 사용하러 다닌다”며 “생활 반경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절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고물가 시대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방법의 하나로 생각된다고 진단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경기에서 수입을 더 증가하는 방법은 많지 않아 지출을 줄여 가계에 보탬에 되는 방법의 하나로 생각한 것 같다”면서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머리를 짜내고 주변 사람들에게 정보도 얻어가는 과정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