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천국' 중국이 100대 명품에 올린 9개 브랜드는?[명품 뭐 사지]②

by전재욱 기자
2022.01.31 22:30:00

10대 명품에 中브랜드 아시아 유일 이름
100개 브랜드에도 9개 포진해 日보다 앞서
탄탄한 내수와 세공능력 앞세워 글로벌 공략 주효
소비시장 저력도 날로 커져 명품들 앞다퉈 노크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중국은 `짝퉁의 나라`라는 오명이 무색하게 명품 시장에서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수십억 인구를 배경으로 구매 시장에서 콧대 높은 명품을 길들이고, 내친 김에 제조 영역에서도 입지를 다지고 있다.

주대복 매장 모습.(사진=게티이미지)
31일 글로벌 유력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지난달 발표한 2020년 명품 시장 보고서(Global power of luxury goods 2021)를 보면 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아시아에 본사를 둔 곳은 주대복(Chow Tai Fook) 주얼리 그룹이 유일했다.

중국와 홍콩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매출 규모(71억9600만 달러)로 세계 10위의 브랜드다. 1929년 설립한 주대복은 고가 예물부터 중저가 장신구까지 아우르며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쌓아왔다.

중국에 뿌리를 둔 또 다른 주얼리 브랜드 노봉상(老鳳祥)은 16위에서 15위로 한 계단 상승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중국황금(China National Gold Group)과 광동 CHJ산업(Guangdong CHJ Industry)은 17위와 74위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금과 보석을 다루는 두 브랜드는 모기업이 2020년 기업공개(IPO)를 거치며 매출과 수익이 처음 공개했는데, 순위를 매겨보니 단박에 이 정도 위치였던 것이다.

32위에 오른 주생생홀딩스(Chow Sang Sang Holdings), 38위에 오른 육복홀딩스(Luk Fook Holdings), 62위에 오른 주대생주얼리(Chow Tai Seng Jewelry), 78위에 오른 TSL(Tse Sui Luen Jewelry), 79위에 오른 명패주보(Zhejiang Ming Jewelry)도 모두 중국에 본사를 둔 보석 회사다.

이로써 100대 명품에 이름을 올린 중국 브랜드는 9개나 된다. 모두 주얼리 회사라는 점에서 확장성의 한계는 있지만 최고의 세공 능력으로 이뤄낸 성적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들 브랜드의 매출 총 합계는 225억1900만달러로 LVMH(339억7600만달러)에 미치지 못하지만 2위 케링(149억3000만달러)보다 많다.



중국의 약진은 아시아 국가에서도 압도적이다. 일본 브랜드는 시세이도(18위), 코세(25위), 온위드(31위), 폴라오르비스(43위), 산요쇼카이(63위) 등 5개인데 이들의 매출 합계 105억9500만달러(추정치)로 중국의 절반에 못 미쳤다. 한국 브랜드는 전무하다. 성주그룹이 가진 MCM이 2019년 순위에 있었으나 이번 호부터 독일 본사 매출과 함께 잡혀 이름이 내려갔다.

중국 시장은 제조뿐 아니라 소비 시장에서도 저력을 보이고 있다. 수십억 인구의 내수 시장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실제로 세계 명품 시장 매출과 중국 시장 매출 각각의 성장률이 유사하게 흘러가는 것은 무시하지 못한다.

지난해 글로벌 명품 판매는 전년보다 12.2% 줄었는데 중국 시장 성장률은 12.3% 감소했다. 2019년은 글로벌 시장이 8.5% 성장했고 중국 시장은 9.1% 증가한 것까지 보면 유사한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명품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020년 파페치와 리치몬드, 케링이 자사 상품을 중국 이커머스 알리바바에 론칭시킨 것은 상징적이었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주로 콧대 영업을 하던 명품이 온라인의 중요함을 절감하고 전초기지로 삼은 게 중국인 것이다. 중국의 또 다른 이머커스 징둥닷컴도 이들 명품 브랜드와 협력을 늘리고 있다.

보고서는 LVMH와 케링 등 주요 명품 브랜드 매출이 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하반기 중국 시장이 회복해 그나마 이 정도에 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