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뒤처질 것 같은 학생 예측" 대기업 코딩 선생님 된 스타트업

by김국배 기자
2021.08.08 15:15:53

김재원 엘리스 대표 인터뷰
카이스트 ''손코딩'' 시험 바꾼 플랫폼
재계 순위 20위권 기업 중 16곳 사용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엘리스(elice)는 인공지능(AI)으로 뒤처질 것 같은 학생을 미리 예측해 교육자가 선제적으로 도와줄 수 있도록 해줍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에서 만난 코딩 교육 플랫폼 스타트업 엘리스의 김재원 대표는 “엘리스는 20가지가 넘는 학생들의 행동 패턴(데이터)을 토대로 교육 과정에서 학생이 이탈할 확률을 예측한다”고 말했다. AI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선별해 낸다는 얘기다. 이탈률을 감안해 먼저 피드백을 줄 수도, 커리큘럼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김재원 엘리스 대표 (사진=엘리스)


2017년 3월 론칭한 엘리스는 본래 김 대표가 카이스트 조교를 하면서 학부생의 코딩 시험을 채점하기 위해 같은 조교실 동료(김수인·박정국 개발리더)들과 만든 프로그램이다. 학생 500명이 강의실에 모여 문제를 종이에 직접 써 제출하는 ‘손코딩’ 시험을 보고, 조교들이 새벽까지 채점하는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AI에 채점을 맡기자는 생각이 엘리스의 출발이었던 셈이다. 엘리스라는 이름은 카이스트 지도교수였던 오혜연 교수의 미국 이름(alice)에서 첫 스펠링만 ‘e’로 바꾼 것이다.

김 대표는 “조교 일을 좀더 편하게 하려고 만들었다”고 웃으며 말하지만, 이제 엘리스는 SK, LG전자 등 쟁쟁한 기업들이 직원들을 교육하는데 쓴다.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김규진 부대표는 “재계 순위 20위권 기업 가운데 16개가 엘리스를 사용한다”고 했다.



엘리스는 서비스 초기 B2C 시장으로 접근했다가 재미를 보지 못했으나, 지금은 B2B가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최근 기업들이 코딩 등 내부적으로 디지털(직무) 역량 제고를 위한 기술 교육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엘리스도 교육 과정을 코딩에 한정하지 않고 디지털 전환(DT), 클라우드 등으로 넓히고 있다. 인도네시아, 일본 등 해외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작년만 하더라도 35명이었던 직원 수도 70명으로 늘었다. 김 대표는 “연말까지 100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엘리스는 지난해 10월 삼성벤처투자 등에서 105억원의 추가 투자(시리즈B)를 유치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엘리스의 강점으로 ‘오픈 플랫폼’을 꼽았다. 그는 “교육자들이 직접 실습 문제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며 “또 저희가 조교였기 때문에 콘텐츠까지 일부 제작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인터랙션하면서 공부하고, 복잡한 환경 설정 없이 로그인만 하면 코딩 실습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엘리스의 평균 이수율은 80% 이상이다.

그는 엘리스가 SW 개발자 등 산업 현장 전문가들이 좀더 쉽게 참여해 학생들을 교육하는 플랫폼이 되기를 원했다. 김 대표는 “SW 산업 분야는 너무 빠르게 변하다 보니 그에 맞는 교육 과정을 만드는 것도, 교육자를 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며 “어떻게 하면 (최신 SW 기술과 가까운) 산업 현장 전문가들이 쉽게 참여해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