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 전세계 5300곳…韓기업 371곳
by방성훈 기자
2019.08.11 15:39:43
日닛케이, 지난해 전세계 상장사 2만6000개사 조사 결과
이자>영업이익 좀비기업 5300곳…5개사 중 1곳 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2500여개…10년새 2배 급증
유럽이 가장 많고 미국이 2위…韓기업도 371곳 포함
"저금리 영향…경기침체시 파산기업 속출 우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전 세계적으로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10년새 2배나 급증했고, 5곳 중 1곳이 파산 가능성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해 파산 위기에 몰린 기업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도 371곳이 좀비기업으로 분류됐다.
니혼게이자이가 계열사인 금융정보 서비스 업체 퀵(QUICK)과 합께 미국, 유럽, 아시아, 중국, 일본 등 2만6000여개(금융 제외) 상장기업 재무실태를 분석한 결과, 3년 연속 이자 규모가 영업이익을 넘어선 좀비기업은 지난해 총 5300곳으로 전체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좀비기업은 지난 10년 간 2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이했던 2008년에는 조사대상 1만8000곳의 14%, 약 2500여곳이 좀비기업으로 분류됐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1439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도 각각 923개, 431개로 집계됐다. 아시아에서는 인도가 617개로 가장 많았고 중국, 한국(371개), 대만(327개) 등의 순이었다. 업종별로는 의료·의약품 및 에너지, IT 기업들이 주로 포함됐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덧붙였다.
10년 간 늘어난 좀비기업 수도 유럽이 714개로 가장 많았으며 미국(561개), 인도(405개) 등이 뒤를 이었다. 일본의 경우 채무 의존도가 낮아 109개에 그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처럼 좀비기업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인 금융완화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도 빚으로 연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조달금리는 평균 3.9%로 10 년 전보다 약 1% 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전체 기업 중 32%가 좀비기업으로 분류됐는데, 저신용에서도 회사채를 발행하기 쉬운 금융 환경이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미국 IT기업인 델은 2016년 데이터스토리지 업체 EMC를 인수한 뒤 빚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자비용도 급증했다. 현재 금융비용이 영업이익을 웃돌고 있다. 미국 헬스케어 업체 제네시스 역시 과도하게 인수합병(M&A)을 반복한 결과 2014년 이후 좀비 상태에 빠졌다.
니혼게이자이는 “좀비기업이 늘어났다는 것은 패자를 퇴출시키는 시장 기능이 약화했다는 의미”라고 규정하는 한편 “글로벌 경기침체가 도래하고 금리 상승 등 시장에 충격이 가해지면, 재무구조가 취약한 좀비기업들은 자금난이 악화해 파산기업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