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만인의 방' 12일 철거…'미투' 후폭풍 계속

by장병호 기자
2018.03.11 14:11:48

출판사 스리체어스 고은 시인 책 폐기
고은 시인 "지금은 언어가 다 떠나버려"
한국만화가협회 박재동 만장일치 제명

고은 시인이 지난해 11월 서울도서관 ‘만인의 방’ 개관식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문화예술계 ‘미투’(MeToo)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에 대한 흔적을 지우기 위한 작업이 곳곳에서 펼쳐지는 중이다.

서울시는 11일 고은 시인의 삶과 문학을 조명하기 위해 서울도서관 내에 마련한 전시공간 ‘만인의 방’을 12일 철거한다고 밝혔다. 이곳은 최근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이 논란이 불거진 뒤 지난달 말 철거 방침을 세우고 가림막을 쳐 방문객의 접근을 막아왔다.

‘만인의 방’이라는 이름은 고은 시인이 자신의 대표작 ‘만인보’(萬人譜)에서 따와 직접 붙였다. ‘만인보’를 집필한 경기도 안성시 ‘안성서재’를 재현한 공간과 기획전시로 꾸몄다. 그러나 불미스러운 논란 속에서 개관 이후 4개월 만에 철거하게 됐다. 필기구·안경·모자·육필 원고·집필 자료·도서 등 전시품은 고은 시인에게 반환될 예정이다.

서울도서관 측은 최근 고은 시인 측에게 철거 방침을 알렸다. 시인 측은 “그동안 수고하셨다”는 취지의 답변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서울광장의 역사와 연혁을 조명하는 전시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출판사 스리체어스는 지난 10일 고은 시인과 관련한 책을 출간한 책을 전령 회수해 폐기한다고 밝혔다. 이 출판사는 인물 한 명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격월간 잡지 ‘바이오그래피’ 6호를 통해 고은 시인을 다뤘다.

고은 시인이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이후인 지난달 19일 편집부에 전해온 글도 공개했다. 스리체어스는 온라인 뉴스레터 ‘북저널리즘’ 토요판을 통해 고은 시인이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언어가 다 떠나버렸다. 언젠가 돌아오면 그때 말할 것이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시인 최영미의 시 ‘괴물’로 성추행 의혹에 휘말린 고은 시인은 현재까지 공개적인 사과 없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이 출판사는 최근 성폭행 범죄 논란을 일으킨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책도 전량 회수해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폐기 대상이 된 책은 안 전 지사가 쓴 ‘콜라보네이션’과 안 전 지사를 다룬 ‘바이오그래피’ 8호다.

안 전 지사가 성폭력 폭로가 나오기 전인 지난달 23일 출판사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도 공개됐다. 안 전 지사는 인터뷰를 통해 “(사람은) 힘이 있는 누가 견제하지 않으면 자기 마음대로 한다”며 “(여성을) ‘건드려도 가만히 있는다는 것은 빨리 뽀뽀하라는 얘기야’는 류의 왜곡된 성인식이 문제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배 작가를 성추행·성희롱해 논란을 일으킨 시사만화가 박재동도 지난 9일 한국만화가협회 이사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제명이 결정됐다. 한국만화가협회는 여성작가 중심의 대책위를 구성해 피해 작가를 도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