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GPS 간첩사건' 연루된 대북사업가, 간첩 아냐"

by성세희 기자
2016.04.08 09:20:33

중국 단둥시에서 송이버섯 동업 시작한 대북사업가
안테나 성능 장비·전파 교란장비 등 구매 청탁 들어와
구매 실패 후 동업관계 깨져…간첩 신고했으나 무죄 판정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GPS(위성항법장치) 교란장치를 북한에 넘기려 했다는 의혹을 받은 대북 사업가가 간첩 누명을 벗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북한 공작원에게 첨단 군 장비를 넘기려 한 혐의(국가보안법 등)로 재판에 넘겨진 대북사업가 김모(60)씨와 이모(78)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다만 뉴질랜드 국적임에도 우리 국적으로 속이고 발급받은 여권을 사용한 혐의(주민등록법)로 김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무역업을 하는 이씨와 2011년 4월부터 대북 교역 사업을 진행하기로 약속하고 동업 관계를 맺었다. 김씨 등은 북한 국경과 인접한 중국 단둥(丹東)시에 살면서 북한산 송이버섯을 사들여 우리나라로 팔 계획을 세웠다.



신원을 알 수 없는 40대 남성이 그해 7월 이씨 소개로 김씨를 찾아와 ‘NSI 4.0’ 등 안테나 성능 장비를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북한 공작원도 이들을 찾아와 “고공 관측 레이더와 GPS 전파교란장비 등 첨단 장비와 통신 장비를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두 사람은 군수용품 연구소에서 일한 적 있는 지인에게 장비를 사들이려다가 실패했다. 그 후 김씨와 이씨는 잦은 갈등을 빚다가 송이버섯 동업을 중단했다. 관계가 나빠진 두 사람은 북한 공작원과 접촉했던 이력을 신고하면서 법정에 서게 됐다.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재판장 김상환) “김씨와 이씨가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지령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들이 간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법원도 “이씨가 자택에서 접촉한 사람이 북한 공작원이라고 예단하고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을 펼쳤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법원 판단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