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박쥐가 에볼라 바이러스의 중간 숙주? 英 "골머리"

by정재호 기자
2014.08.09 11:12:39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죽음의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바이러스 확산을 필사적으로 저지하고 있는 서아프리카 지역 의료진들은 과일박쥐·원숭이 등을 잡아먹는 현지 주민들의 풍습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의 유력 일간지인 ‘가디언’이 보도했다.

과일박쥐 등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중간 숙주로 알려져 있어 직접 섭취할 경우 감염 위험이 크다. 그러나 사냥을 통해 식량을 조달하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고 적당히 섭취해야 하는 단백질에 대한 대안이 없는 주민들은 과일박쥐와 같은 야생동물 사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게케두 농고하 마을 주민인 “이곳 마을의 삶은 쉽지 않다. 그들(정부당국과 구호단체)이 세대를 걸쳐 내려온 전통을 금지하길 원한다”면서 “이곳에서 가축 사육은 널리 퍼지지 않았다. 야생동물(과일박쥐·원숭이) 섭취 금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라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시골 지역사회의 에볼라에 대한 부족한 지식과 미신, 국경을 넘는 행위, 부족한 공공보건인프라, 역학적 요인 등이 에볼라 바이러스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안 루브로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수석수의관(CVO)은 “과일박쥐와 같은 야생동물이 양질의 영양소를 갖고 있어 중요하다는 것과 작물음식으로는 이를 섭취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야생동물을 먹지 말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가축 등 더 안전한 생계수단을 가지게 함으로써 야생동물을 대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대안을 제시했다.



양, 염소, 돼지 등 가축 생산이란 개발 어젠다를 제시함으로써 지금의 식습관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가장 큰 노력은 위생 상태를 개선하는 것이지만 과일박쥐 등을 먹는 등의 식습관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의학적·수의학적 접근보다는 사회학적·인구학적 접근과 마을 공동체와의 신뢰, 의사소통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6일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1779건의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사례가 보고됐고 이 가운데 96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