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한나 기자
2010.07.29 09:58:46
외국계 `투자의견 하향`에 하이닉스·대한항공·서울반도체 잇달아 급락
일부선 "설득력 없는 보고서" 반박..지나친 추종 다시 생각해야
[이데일리 최한나 기자] 지난 28일 오후 2시12분. 개장 후 내리막을 걷던 대한항공(003490) 주가가 급기야 전날보다 4600원이나 급락했다. 7만8000원에서 출발한 주가가 7만3000원대로 추락한 것.
장중 7만3400원을 찍었다가 막판 낙폭을 줄이며 7만4000원에 마감하기는 했지만, 대한항공 투자자들은 속절없이 떨어지는 주가에 종일 마음을 졸여야 했다.
글로벌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면서 항공업체들의 화물과 여객 수송실적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4일 실적을 발표한 아시아나항공은 사상 최대이익을 냈다. 내달초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대한항공 역시 화물과 여객 양날개를 달고 사상 최대 이익을 냈을 것으로 예상되는 있다.
항공주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는 이같은 상황에서 하룻새 5% 넘는 주가 급락세가 나타난 것은 의외였다.
증권가에서는 개장 전 공개된 메릴린치 보고서가 조정 빌미가 됐다고 보고 있다.
메릴린치증권은 이날 "대한항공은 항공 화물시장 확대와 여객수 증가에 힘입어 2분기 및 3분기에 기록적인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재 PBV 대비 1.6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실적 호조는 이미 밸류에이션에 반영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화물 운송은 정점에 도달했기 때문에 내년부터 운송 수익률이 하락하고, 새 여객용 항공기가 도입되면서 이 분야 수익률을 낮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 하회`로, 목표가를 8만원에서 6만6000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매수`에서 `중립`으로 한 단계 낮춘 후 `시장수익률 하회`로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번에 두 단계나 덜컥 떨어뜨린 셈이다.
그러자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메릴린치 보고서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맞불을 놨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화물 부분이 정점을 지난 것은 계절적 요인에 불과하고 한국 출발 수출화물에 대한 운임은 여전히 고공비행 중"이라며 메릴린치 보고서는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한항공을 좋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여객 수요의 구조적 변화와 성장 잠재력"이라며 "화물이 좋아지는 것은 덤일 뿐 핵심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비행기가 없어서 난리인데 공급초과를 걱정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시각"이라며 "설득력 없는 의견으로 주가가 하락한다면 오히려 이는 좋은 매수 기회"라고 꼬집었다.
외국계 보고서의 공격에 주가가 흔들린 것은 대한항공이 첫 사례가 아니다.
이달 중순께 하이닉스 주가가 이틀새 9% 가량 급락했던 것은 도이치와 RBS등 잇단 외국계 `매도` 보고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일 서울반도체의 4%대 급락 역시 노무라증권의 투자의견 하향 영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해당 기업들은 이번 어닝시즌에서 사상 최대 순익을 냈거나 낼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하이닉스는 2분기에 영업이익 1조450억원, 매출 3조2790억원을 달성하며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오는 29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서울반도체도 2분기 매출이 2000억원대를 넘어서면서 올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업익 역시 사상 최대가 점쳐진다.
증권가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대표기업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의 `공격`과 이에 따른 주가 악영향에 대해 다소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양한 시각과 의견이 제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외국계에서 리포트를 냈다는 이유로 주가에 과도한 영향을 준다면 특정 세력에 의한 주가 쏠림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부정적인 보고서는 해당사 리서치센터에서 보는 경기가 부정적이거나 헤지펀드를 주고객으로 하면서 고객 수요에 맞춘 것이거나 또는 애널리스트의 소신이 작용한 결과 등으로 볼 수 있다"며 "헤지펀드가 주고객일 경우 숏 관점에서의 접근이 있을 수 있고, 이럴 때는 펀더멘털한 부분보다 통계상 숫자가 많이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외국계 증권사가 같은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일부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2006~2007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고 해당 종목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