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략)RP, 독이냐 약이냐..한은의 꿍꿍이속

by정명수 기자
2002.06.17 11:33:37

[edaily 정명수기자] 한국은행이 RP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무슨 꿍꿍이속일까. RP 조작을 이용한 통화환수를 마이너스, RP 지원을 플러스로하고 국고3년 수익률을 그려봤다. 한국은행은 1월말 2월초를 제외하고 상반기 내내 RP 매도를 통해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였다. 부동산 투기 조짐과 가계대출 증가가 `넘치는 유동성 때문`이라는 비판이 고조되면서 `잉여 유동성은 흡수한다`는 정책을 편것. RP 매각이 RP 지원으로 바뀐 것은 4월말부터다. 5월 금통위가 콜금리를 25bp 인상한 것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한국은행은 RP 지원이 계속되는 이유를 "KT 민영화이후 재정으로 흡수된 자금이 시중에 나오지 않아 단기자금이 빡빡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재정 집행이 늦어지면서 은행 지준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RP를 지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RP조작은 한은의 콜금리 목표 4.25%를 유지하기 위한 미세조정 수단이다. 콜금리가 4.00%일때는 시중의 금리하락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시중 유동성을 강력하게 흡수했었다. 반대로 지금은 RP조작으로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으면 콜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기 때문에 꾸준히 RP를 매수(자금지원)하는 것이다. 이같은 RP조작은 통화정책의 변화와 계절적인 요인이 두루두루 고려된다. 그렇다면 지금 한은이 RP지원에 적극적(?)은 것은 어떤 신호일까. RP로 자금 흡수에 열심일때 채권수익률은 `베어마켓 랠리`라는 이름으로 떨어졌다. 롤링이펙트, 캐리 투자 등이 시장의 화두였다. 최근 RP 지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수익률은 내려갔다. 콜금리를 인상했음에도 수익률은 하락했다. 수급이 좋고 선물, 스왑 관련된 특수수요가 시장을 떠받쳤기 때문이다. RP로 자금을 흡수하는데 수익률이 내려간 경우와 RP로 자금을 지원하는데 수익률이 하락한 경우는 자금시장 측면에서 분명히 다르다. 박승 한은 총재는 기회있을 때마다 "물가 대책을 지금부터 세워야한다"고 말한다. 총통화가 한은의 감시 범위를 벗어난 것도 역시 부담스럽다. 한은이 RP를 지원하지만 시장이 풍족하다고 느낄 정도로 넉넉하게 주는 것은 아니다. 한은 공개시장조작의 기본 방침이 "꼭 필요한 만큼만"이기 때문이다. 시장참가자들은 KT 입찰후 단기자금의 수요공급이 꼬여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RP지원 덕분에 콜자금을 끌어쓰는 외국계 은행 등은 아직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일부에서는 담배인삼공사, 은행 민영화 등으로 통화가 흡수될 것이므로 한은이 나서서 통화량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은 생각은 다르다. KT 민영화와 달리 담배인삼공사나 은행 민영화는 정부 재정으로 자금이 흡수되는 것이 아니다. 예보나 국책은행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KT 민영화 이후 단기자금 부족을 채워주는 RP 조작은 `사이클의 문제`이지 지속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국은행의 RP조작 사이클이 중립 또는 흡수로 반전될 때 자금시장 전체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단기채권 수익률은 어떤 상황에 처할 것인지 고민해봐야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