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동안 헤어진 모자…유전자 분석으로 극적 상봉
by권혜미 기자
2021.09.07 09:15:39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어릴 적 헤어져 34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모자(母子)가 유전자 분석 제도의 도움을 받아 극적 상봉했다.
지난 6일 오후 1시 충북 청주상당경찰서에서 70대 노모 A씨와 40대 아들 B씨가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며 서로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 6일 청주상당경찰서에서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모자의 모습. (사진=청주상당경찰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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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안타까운 사연은 1987년에 시작됐다. 당시 집안 사정으로 인해 A씨는 경북에서 생활했고 B씨는 조부모 손에 맡겨 졌다. 그러나 B씨가 8세 때 집을 나간 후 실종되고 말았고, 가족들은 미아 신고를 하고 주변 보호시설을 샅샅이 뒤지는 등 아이를 찾기 위해 나섰지만 끝내 B씨를 찾지 못했다.
A씨는 아들 B씨의 실종 사실을 10년이 지난 1997년에 알았다. 실종 이후 청주 보호시설에서 자란 B씨는 이름과 나이가 바뀌었기 때문에 A씨가 아들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생사라도 확인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A씨는 지난 6월 경북 안동경찰서를 찾아 유전자 등록을 했고, 다행히 B씨의 데이터가 남아 있어 찾을 수 있었다.
B씨와 다시 만난 A씨는 “아들을 찾게 돼 너무 기쁘고 꿈만 같다. 아들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많았지만 이렇게 다시 만나게 돼 다행이다”라며 도움을 준 경찰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경찰 관계자 또한 “1년에 DNA 분석 제도를 통해 상봉하는 가족이 24가정 정도 된다”며 “앞으로도 유전자 정보 활용과 관계 기관과의 협업 등으로 장기 실종자를 더 많이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청은 2004년부터 장기 실종자 발견을 위해 유전자 분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2019년 12월 기준 유전자 등록과 대조로 총 529명의 실종아동과 실종 장애인이 잃어버린 가족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