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보는 증시]화투에서 포켓몬GO까지... 변화무쌍 닌텐도
by김무연 기자
2019.02.02 10:00:00
화투 제조 회사에서 전자 게임기 회사로 변모
NDS와 Wii 성공에 함박웃음… 그러나 PS에 발목
모바일 진출해 포켓몬GO 대박
최근 킬러 타이틀 부재로 다시금 주가 하락 추세
| 닌텐도가 생산했던 화투와 트럼프 카드(출처=닌텐도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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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윷놀이, 제기차기, 연날리기… ‘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전통 민속놀이다. 그러나 명절 연휴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가장 보편적인 게임 도구는 ‘화투’다. 고스톱, 맞고, 민화투, 섰다 등 화투를 이용한 다양한 게임을 명절 연휴 가족 간 울고 웃는 드라마가 펼쳐진다.
2015년 설 연휴 기간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이 화투였으며 애경은 올해 생활용품과 화투를 한데 묶은 설전용 선물세트를 내놓을 정도로 명절과 화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재밌는 점은 세계 굴지의 게임 회사 닌텐도도 화투와 인연이 깊다는 것이다.
1889년. 조선에서 함경도와 황해도에 방곡령을 선포하고 아돌프 히틀러와 비트겐슈타인이 태어난 그 시절 야마우치 후사지로(山內房治朗)는 ‘닌텐도 곳파이(任天堂骨牌)’를 열어 화투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게임업계의 전설 닌텐도가 태동한 것이다. 당시 야마우치는 화투를 바닥에 내려칠 때 경쾌한 소리가 나게끔 화투 앞뒷면 사이에 석회가루를 넣었고 이는 일본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닌텐도는 1953년 플라스틱 재질 트럼프 카드를 세계 최초로 생산한 것은 물론 디즈니 캐릭터가 그려진 트럼프 카드를 출시해 큰 인기를 누렸다. 이에 회사는 식품 사업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지만 크게 실패하며 도산 위기에 몰린다. 초심으로 회귀를 외친 닌텐도는 피칭머신, 레이저 광선총 아동용 완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닌텐도는 업무 휴식 시간에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직원을 눈여겨보고 중용한다. 그가 닌텐도의 도약을 이끈 일등공신 요코이 군페이(橫井軍平)다. 닌텐도 개발정보부 1팀장으로 등용된 그는 닌텐도 최초의 휴대용 게임기 ‘게임&워치’를 개발해 닌텐도를 크게 성장시킨다.
이후 닌텐도는 또 한 번의 ‘인사 대박’을 터뜨린다. 1차 석유파동으로 회사가 어려워 신입사원을 뽑지 않았던 시절 아버지의 인맥으로 한 청년이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당시 닌텐도는 북미지사에 수출한 레이더 스코프 게임기의 실패로 큰 위기에 빠졌는데, 낙하산 청년은 기존 게임을 새롭게 디자인해 미국에 보냈고 이것이 상상을 넘어선 인기를 끌게 된다. 고전명작 게임 ‘동키콩’의 탄생비화이자 ‘비디오 게임의 월트 디즈니’로 불리는 미야모토 시게루(宮本茂)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계기다.
동키콩의 성공을 계기로 닌텐도는 1983년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됐다. 이후 미야모토는 ‘마리오 시리즈’, ‘젤다의 전설 시리즈’ 등 닌텐도를 대표할만한 역작을 내놓으며 닌텐도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닌텐도 역시 미국 게임시장이 일거에 무너진 ‘아타리 쇼크’를 틈타 ‘패미컴’을 발매해 무주공산이 된 미국 게임시장을 석권했다.
| 닌텐도 DS(출처=닌텐도DS 일본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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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닌텐도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 거치형 게임기(집 등 일정한 공간에 두고 즐기는 게임기) 시장의 왕좌를 내주는 등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가 꾸준히 판매됐고 게임보이의 힘이 빠질 무렵 ‘포켓몬스터’라는 전무후무한 역작이 탄생하면서 닌텐도는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다.
포켓몬스터의 탄생으로 닌텐도의 주가는 반등세를 보였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포켓몬스터 적·녹’ 버전이 발매된 1996년 2월 27일 당시 닌텐도 주가는 7150엔이었던 반면 1년이 지난 1997년 2월 27일 주가는 8500엔으로 20% 올랐다. 다만 포켓몬스터의 인기에 비해 휴대용 게임 시장 자체가 거치대 게임기 그리고 PC게임 시장에 비해 작아 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닌텐도 주가는 휴대용 게임기 NDS 그리고 체감형 게임기 Wii 발매로 급등하게 된다. NDS 발매일인 2004년 11월 22일 11950엔 수준이던 주가는 Wii가 발매된 2006년 12월 2일 직후 거래일인 4일 2만6960엔까지 상승했으며 Wii가 발매된 지 1년이 지난 2007년 12월 3일에는 6만7900엔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해외매출이 80%에 달하던 닌텐도는 엔화 강세를 맞아 수익이 크게 감소하게 된다. 차기작 Wii U 또한 흥행에 실패했다. 결국 닌텐도는 2011년 회계연도에 423억엔의 순손실을 기록하게 된다. 영업적자는 2013년까지 3년 연속 이어지게 되며 2013년 4월 1일 회사 주가는 9890엔까지 곤두박질치게 된다.
결국 닌텐도는 모바일 시장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원칙을 버리고 본격적으로 모바일 시장 개척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6년 7월 6일.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된 게임이 미국에서 출시된다. 자사 유명 게임 시리즈 포켓몬스터를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으로 탈바꿈한 ‘포켓몬GO’는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미국 발매당일 1만4380엔이던 주가 역시 19일 3만1770엔을 기록하며 발매 약 2주 만에 2배가 넘게 뛰어올랐다.
포켓몬GO로 탄력을 받은 닌텐도는 2017년 3월 ‘닌텐도 스위치’를 내세워 다시금 시장에서 도약을 준비했다. 특히 닌텐도 스위치 발매와 더불어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스플래툰2’ 등 주요 게임을 내놓은 덕에 닌텐도 스위치는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닌텐도 스위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주가에 반영됐다. 닌텐도 스위치 발매 전 2만3000엔 수준이던 주가는 2017년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9일 4만1190엔까지 뛰어올랐다.
| 포켓몬GO의 게임 장면(출처=나이언틱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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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닌텐도의 주가는 다시금 하락세에 직면한 상태다. 지난 1일 닌텐도는 전 거래일 대비 9.19% 낮은 3만720엔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월 2일 기록했던 4만3210엔과 비교하면 주가가 30% 가까이 빠진 셈이다. ‘젤다의 전설’ 등 닌텐도 스위치의 킬러 콘텐츠가 발매 1년 차에 집중된 탓에 2년 차에 기기 판매를 이끌 모멘텀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크레디트스위스(CS) 증권은 판매 부양을 위해 닌텐도가 스위치의 새로운 모델을 내년 중반에 발매 할 가능성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기대작이던 메트로이드4가 만족스러운 완성도를 담보할 수 없어 재개발에 들어가는 등 변수가 발생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화투로 시작해 정점에 올라선 닌텐도의 실적과 주가는 결국 닌텐도만의 신작 발매 추이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