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깜짝카드'‥정동영發 야권재편 가능성 주목

by김정남 기자
2015.01.11 16:13:14

신당行 정동영 "새정치연합, 합리적 진보 아니다"
당혹스런 새정치‥"대선후보 출신 떠나 안타까워"
당장 4·29 보궐선거 영향권‥성남중원 영향 클 듯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정동영 전 의원이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야권 신당에 합류했다. “새정치연합에서 정권교체의 희망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다. 대선 후보까지 지낸 그의 깜짝 카드로 당장 야권재편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정동영 전 의원. 이데일리 DB
정 전 의원은 11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 새정치연합은 제가 실현하고자 했던 합리적 진보를 지향하는 당이 아니다”면서 탈당을 공식화하고, 시민사회계 등이 주도하는 야권 신당인 ‘국민모임’에 합류했다.

정 전 의원은 “저는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두 기둥으로 한 ‘담대한 진보’를 민주당 안에서 실현해보고자 했다. 민주당은 정치적 뿌리이자 어머니와 같은 따뜻한 품이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새정치연합은 중도 우경화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이런 가치들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사회는 중산층이 서민으로, 서민이 빈민으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은 서민과 중산층이 아닌 ‘중상층(中上層)’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새누리당 따라하기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해 세월호 협상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이 박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여당 협상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을 보면서 야당의 정신이 뿌리째 뽑혀나가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했다.

그는 “국민모임이 지향하는 합리적 진보정치와 평화생태 복지국가의 대의에 동의한다”면서 “백의종군의 자세로 기꺼이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이 이날 합류한 국민모임은 합리적 진보를 표방하는 학계·시민사회계 인사들이 신당 창당을 위해 결집한 모임이다.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이수호 전 민노총 위원장, 영화감독 정지영씨, 명진스님 등 각계 인사 100여명이 참여했다. 최규식 김성호 임종인 전 민주당 의원과 유원일 전 창조한국당 의원,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의원 등 전직 의원 5명도 신당에 합류한다.

정 전 의원의 탈당으로 새정치연합은 당혹감에 휩싸였다. 한정애 대변인은 곧바로 국회 브리핑을 통해 “우리당의 대통령 후보를 지낸 정동영 상임고문이 당을 떠나신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우리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정 고문을 기다리겠다”는 공식성명을 냈다.

다만 당 내부 반응은 그보다 더 차가웠다. 특히 2·8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들의 첫 합동연설회가 열린 ‘잔칫날’에 이같은 탈당 발표를 한데 대한 반발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당장 당권 주자들부터 정 전 의원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들이 나왔다. “참으로 안타깝다”(문재인 의원) “대단히 유감스럽다”(박지원 의원) “잘못된 일이다”(이인영 의원) 등의 발언들이 쏟아졌다.

정 전 의원의 탈당은 당장 4·29 보궐선거에 나서는 새정치연합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국민모임이 후보를 낸다는 방침이어서 야권 표의 분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중원 △광주 서을 등 3군데 모두 유리한 지역이긴 하지만, 표 분산 여부에 따라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을은 그나마 낫지만, 성남중원의 경우 그동안에도 여야가 번갈아 차지했던 지역인 만큼 그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다만 정 전 의원은 자신이 직접 출마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출마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당장은 국민모임을 후방 지원하면서 세(勢) 불리기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