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LG하우시스 "분사가 기회..飛上만 남았다"
by전설리 기자
2010.10.08 09:58:38
울산공장 탐방.."분사 후 투자 본격화..2~3년 뒤 성과 기대"
"V판넬 등 스타급 신제품 줄줄이 대기"
"이번달 테크센터 완공..친환경시대 기술로 승부수"
[울산=이데일리 전설리 기자] "분사가 기회가 됐죠. 2차전지 등 LG화학의 신사업에 번번이 밀려 이뤄지지 못했던 투자가 분사 이후 본격화 됐습니다"
이협우 LG하우시스 울산공장장의 말이다. 지난해 4월1일 LG화학으로부터 분사한 뒤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활기를 띄고 있는 LG하우시스(108670) 울산공장을 찾았다.
실제로 LG하우시스는 분사 이후 투자를 대폭 늘렸다. 2008년 900억원이었던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은 분사가 이뤄진 지난해 1300억원으로 45% 가량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700억원을 투입했다. 하반기에는 상반기 규모를 훨씬 웃도는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덕택에 진공단열재, 에너지 절감형 로이(Low-E, Low-Emissivity)유리, 친환경 바닥재 등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속속 내놓을 수 있었다.
이 공장장은 "2~3년 뒤면 투자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최근 건설경기가 좋지 않지만 공장 직원들의 표정에서 희망이 엿보이는 것도 바로 이같은 기대감 때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투자하자마자 이익이 나서 모두 놀랐습니다. 가장 빨리 성과가 난 사업이라고 할 수 있죠"
진공단열재(V판넬, Vacuum Insulation Panel)는 울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새내기 제품 가운데 단연 `스타급 제품`이다. 지난해 초기 투자에 들어간 이 제품은 북미 지역에 수출되는 LG전자의 냉장고 등에 탑재돼 벌써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늘어나는 주문량에 맞춰 올해 2차 증설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3차 증설을 진행할 계획이다.
공장 한 켠에 마련된 전시실로 들어서니 폴리우레탄 등 기존 단열재 소재들과 V판넬이 비교 전시돼있다. "기존 104mm 두께 폴리우레탄 소재의 단열 성능과 8mm 두께 V판넬의 성능이 같습니다. 얇아진 두께만큼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주정식 V판넬팀 부장의 설명이다.
V판넬은 가스투과율이 낮은 외피재와 진공상태를 부여한 심재로 구성돼 열 차단 효과가 뛰어난 단열재. ▲기능성 유리 ▲알루미늄 창호 ▲기능성 접착필름 ▲정보통신(IT)·가전용 고기능 표면소재 ▲친환경 강화목재와 더불어 LG하우시스가 육성중인 6개 신사업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V판넬을 냉장고 4면에 적용할 경우 냉각효율이 개선돼 소비전력을 20% 감소시킬 수 있고, 냉장고 외벽을 얇게 설계할 수 있어 용적률을 30% 가까이 향상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LG하우시스는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 우선 적용되고 있는 V판넬을 냉동차량, 자판기 등 산업용, 건물 벽면, 문 등 건축용으로 적용 분야를 확대하는 한편 미국, 유럽 등 에너지 규격이 강화되는 선진국 시장을 적극 공략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13년까지 V판넬에서만 1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끊임없이 `웽웽`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는 공장 기계들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바닥재와 장식재, 고광택시트의 전시실은 LG하우시스의 역사를 말해주듯 나란히 마주보고 있다. 바닥재 역사에 등장하는 비닐 꽃장판과 실물 전시된 고광택시트가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게 한다.
50~60년대 울산공장 앞에 트럭이 줄을 서서 물량을 받아갔을 정도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는 비닐 꽃장판이 과거의 영광이라면 고광택시트는 현세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주인공.
글로벌 시장 점유율 65%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중인 `수출 역군` 고광택시트는 휴대폰, 노트북 등 IT기기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 표면에 덧씌워 광택과 윤기 효과를 주면서 흠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플라스틱 필름이다.
지난 1994년 고광택시트 사업에 뛰어든 LG하우시스는 5년만에 당시 1위였던 일본 리켄을 제치고 선두에 오른 뒤 10여년 동안 1위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현재 국내 LG전자(066570)와 삼성전자(005930)는 물론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월풀, 메이텍, 독일 지멘스 등 글로벌 유수 가전업체들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하이얼 등 전체 냉장고 제품의 80% 물량을 확보했다.
정인태 고기능필름생산팀 대리는 "LG하우시스의 고광택시트는 기존 메탈 소재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시공이 어려운 곡면 가공도 용이하고, 다양한 패턴 표현이 가능하다"며 "차별화된 기술력이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LG하우시스 울산 공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물은 이번 달 증축 완료될 예정인 테크 센터. 공장들 사이로 첨단 연구소의 위용을 자랑한다. 건물 외벽과 지붕이 전면 유리로 돼 있어 파란 가을 하늘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기존 왼쪽 건물은 리모델링 하면서 오른쪽에 건물을 새로 짓고 있습니다" 공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센터 안으로 들어가니 곧바로 세미나실로 안내한다. "로이유리 공장 기공식 오찬이 여기서 열립니다. 오찬 준비 때문에 호텔 사람들이 다녀갔는데 모두들 깜짝 놀랐습니다. 엇그제 완공했는데 눈이나 코가 전혀 따갑지 않다고요. 벽지, 바닥 모두 LG하우시스의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기 때문이죠"
울산 공장의 테크 센터는 지난 2006년 연구소 분소로 출범했다. 이번 증축을 계기로 순수 연구인력을 기존 20명에서 50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연구시설도 두 배 이상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친환경 미래기술 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LG하우시스는 가격경쟁 위주의 제품에서 고기능 소재 등 기술경쟁 위주의 제품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며 녹색성장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 공장장은 "종전에는 시장이 저단가 위주의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친환경, 에너지 절감으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면서 "환경 규제가 엄격한 유럽 등 선진국과 같이 우리나라의 환경 규제도 점차 본격화되면서 친환경 에너지 절약형 소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