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강국)①"쇠약해진 `철강 공룡`에게서 교훈을 얻다"
by윤종성 기자
2010.05.31 10:30:00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지난 2006년 7월. 연간 조강생산량 6000만t 규모의 미탈(Mittal)스틸이 주식공개매입을 통해 생산규모 4700만t의 아르셀로(Arcelor)를 합병했다. 세계 철강업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간 조강생산량만 1억1000만t의 사상 유례없는 '철강 공룡기업'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연간 조강생산량 1억1000만t이라는 숫자는 당시 전 세계 조강생산량 11억4600만t (2005년말 기준)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그리고 이는 당시 2~ 3위 기업인 닛폰스틸과 포스코의 3배가 넘는 생산능력이었다. '아르셀로미탈'의 탄생과 함께 철강업계의 화두는 '거대화'· '대형화'로 굳어지는 듯 했다.
즉각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해 해외 유수의 언론들은 "(미탈스틸-아르셀로 합병이) 다른 철강업체들의 합병과 제휴를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예상은 틀렸다. 철강업계의 인수합병(M&A)은 예상밖 변수에 발목을 잡히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 아르셀로미탈은 물론, 앞서 M&A를 통해 '몸집'을 불린 철강업체들이 '낮은 수익성'에 허덕였다. 실제 아르셀로미탈은 합병뒤 잠시 반짝했지만, 2008년 이후엔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 뒤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쳐서야 지난해 4분기부터 소폭 흑자로 돌아섰다. 아르셀로미탈에 앞서 합병했던 TKS의 경우도 세계 평균치를 밑도는 낮은 수익성에 여전히 골머리를 썩고 있다.
실제 지난 5년간의 경영실적을 보면 일본의 JFE를 제외하고는 대형 철강업체간의 M&A 효과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로 인해 철강업계에선 M&A를 통한 몸집불리기의 성공률을 '30% 내외'로 낮게 보고 있다.
이는 '높은 물류비'와 '노후화된 설비' 때문이다. 그 동안 철강업계에서 이뤄진 상당수 M&A는 오래된 유럽 철강업체들 간에 이뤄졌다. 이들은 오랜 역사 만큼이나 설비가 노후화된 데다, 대부분 내륙에 위치해 있어 연안제철소들에 비해 막대한 물류비를 부담해야 했다.
실례로 2007년 기준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을 보면 포스코가 5.6%, 신일본제철(신일철)이 6.1% 수준인데 반해, 독일의 TKS와 오스트리아의 푀스트알피네는 각각 17.7%, 18.7%를 차지하는 등 대부분의 유럽철강사들은 20%에 육박하는 높은 인건비 비중을 보였다.
▲ 정몽구 회장이 당진 일관제철소 화입식에서 제 1고로에 첫 불을 지피고 있다 |
인당 생산량 측면에서도 포스코(1783t)와 신일철(2586t), JFE(2124t)에 비해 ▲푀스트알피네는 295t ▲TKS는 329t ▲아르셀로미탈은 459t에 불과하다. M&A를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 대형 철강사들의 수익성은 일본 JFE를 제외하고는 WSD 평균 수익률(세전이익률 2007년 15.3%)을 크게 밑돈 것이다.
=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달성하고 있는 철강업체들의 공통점은 최신 대형고로를 보유하고 있는 제철소라는 점과 내륙이 아닌 바닷가에 위치해 제철원료의 공급과 제품 판매가 대규모로 이루어질 수 있는 임해형(臨海型) 공장이라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는 두 가지 경쟁 우위적 요소를 모두 갖춘 제철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증권가에서 현대제철을 두고 조업 안정화 후 빠르게 수익성을 확보할 것으로 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