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극장가 ‘4050 바람’
by경향닷컴 기자
2010.03.05 11:40:00
‘메노포즈’ ‘엄마를 부탁해’ 등 중장년 관객에 인기
[경향닷컴 제공] 통상적으로 연초부터 새학기 때까지는 공연가 비수기다. 게다가 올해는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있어 더 썰렁했다. 그런데 이런 속에서도 4050 중장년층은 되레 공연장에 몰려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뮤지컬 주관객이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인 것을 감안하면 꽤 이례적인 일이다. 뮤지컬 <메노포즈>와 <시카고>, 연극 <엄마를 부탁해>가 중장년 관객을 대거 흡수하고 있는 대표적 작품이다. 이들 작품은 공통적으로 유료 객석점유율이 70~80%에 달할 만큼 불황 속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 중인 <메노포즈>는 40·50대 중년 여성들의 고민거리인 폐경과 갱년기를 유쾌하고 코믹하게 펼치는 작품이다. 2005년 초연 이후 재공연 때마다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이번 시즌에 부는 흥행 바람은 더 거세다. 이영자·혜은이·홍지민·김숙 등 재주 많은 중년 연예인이 대거 출연하면서 유료 객석점유율 75%를 유지할 정도로 4050 아줌마 부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갱년기 여성의 괴로움을 호소하는 여배우들의 연기 대목마다 폭소가 터지는가 하면 “맞아, 맞아” 하면서 공감의 표시로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한다.
경기 분당 성남아트센터 무대에서 순항 중인 <시카고>는 서울 공연에 비해 확실히 중장년층 관객이 눈에 많이 띈다.
유료 객석점유율 70%를 기록하며 순항하는 배경에 대해 제작사 측은 젊은층은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의 블랙코미디 성격과 지역적 특성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분당은 타지역에 비해 경제력이 있는 중장년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연극 <엄마를 부탁해>의 기세는 더 두드러진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지난 1월27일 막을 올린 이래 지금까지 유료 객석점유율 80%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원작의 힘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제작사 측은 분석하고 있다. 신경숙의 원작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연극도 보고 싶어한다는 얘기다. 티켓 예매사이트에서는 40대 예매율(38.2%)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실제 공연장은 5060세대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인터넷 문화에 서툰 부모를 대신해 2030세대가 예매를 하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어머니, 딸 이렇게 3대가 같이 오는 경우도 적잖다. 공연업계는 중년관객 바람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현상으로 보고 새로운 작품들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