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목전 세계경제, `돼지`에 발목잡히나

by김윤경 기자
2009.04.28 09:59:43

SI로 멕시코서 149명 사망..미국·유럽 등서도 환자 발생
지난해 세계은행 보고서 "3조弗 피해"추정..금융위기 겹쳐 더 늘수도
"사스 등 경험..빠른 복구 가능해 피해 제한적" 주장도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돼지 인플루엔자(SI, 돼지독감)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가까스로 금융 위기를 극복하며 회복 징후를 보이고 있던 전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을까 우려되고 있다.
 
돼지 인플루엔자로 인한 멕시코내 사망자수는 149명으로 증가했고, 북미와 유럽, 뉴질랜드 등에서도 감염 환자가 나타나는 등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SI 확산으로 인한 전염병 경보수준을 3단계에서 4단계로 격상했다.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조류 인플루엔자(AI) 등이 그랬듯 SI도 치료 비용이나 경제 인구 감소, 나아가 여행이나 무역 감소 등의 피해가 불가피하며, 가뜩이나 경제가 회복되지도 못하고 있는 국면에 맞은 터라 충격은 더 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우려는 한창 회복되는가 했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며  전세계 주식, 외환 시장도 크게 요동치게 했다. 

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미끄러졌고, 안전자산 선호가 높아지면서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호주달러 등 전형적인 캐리 트레이드 통화 가치는 떨어졌다 .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전염병이 확산될 경우 얼마나 경제적으로 손실을 입을 지에 대한 추산들은 이미 나와 있다. 이들 추산에 따르면 세계 경제가 입을 손해는 수 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 전세계 경제가 금융 위기로 인해 심각한 손상을 입기 전에 이뤄진 것이라 정확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심각한 인플루엔자 확산으로 인해 7100만명 가량의 사망자를 발생시킬 경우 전세계 경제는 3조달러의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이에따라 전세계 국내총생산(GDP)는 4.8%가 위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금융위기가 확산되기 이전에 마련된 것. 보고서가 나올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올해 전세계 경제 성장률은 3%였지만 지금 이는 마이너스(-)1.3%로 낮아져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1918년 발생한 스페인 인플루엔자와 같은 심각한 인플루엔자 발생시 미국의 GDP가 약 4.2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1957년이나 1968년처럼 그 정도가 더 미약할 경우엔 GDP가 1%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는 2006년 추정된 것이다. 
 
캐나다의 스티븐 제임스와 팀 사겐트가 작성한 `인플루엔자 전염병의 경제적 영향`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1918년과 같은 사태 발생시 경제 인구 감소와 일부 분야 지출 감소로 전세계 GDP는 1% 가량 위축될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추정은 특히 전세계 경제가 인플루엔자 발생 이후 곧바로 반등할 것이란 것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금융 위기로 인한 전세계적인 피해도 복구되지 못한 상황.  따라서 SI로 인해 소비지출 위축이 더 심각해 지고, 전세계 무역량도 더 감소하게 된다면 사태는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은 "무역량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위축돼 있고, 여기에 여행이나 상거래에도 장애물이 생긴다면 침체가 깊어지거나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BMO캐피탈 마켓츠의 셰리 쿠퍼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추가로 지출과 여행 경비를 줄여야 할 필요가 생겼고, 무역 위축도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사태를 너무 과장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사이먼 존슨 MIT대 교수는 SI가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위축된다면 0.1% 정도일 것이란 추정.
 
백신이 꽤 빠르게 개발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당수 기업들은 이에 대한 긴급 대책을 갖고 있어 임직원이 감염으로 인해 줄어들게 되더라도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플루엔자 전염은 무시무시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심각한 영향을 내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제솝도 2003년 사스 당시 아시아 지역 GDP가 0.6~2.0% 감소했다고 전하고, 사스와 조류 인플루엔자의 경험으로 전세계는 이런 종류의 위기 대처에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스 때에도 전세계 경제적인 피해는 우려했던 것에 비해서는 적었고, 곧바로 회복됐다"면서 "틀림없이 전세계 경제적 배경은 과거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편 AP통신은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출이 막히면서 50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돼지 인플루엔자가 먹는 것을 통해 감염된다는 증거는 없지만 막연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닭고기와 소고기 등으로도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