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맛은 장맛! 장아찌 때문에 그 집 간다

by조선일보 기자
2008.12.04 12:00:02

[조선일보 제공] 밑반찬 괜찮은 집이라고 찾아가도 가짓수만 많지, 맛이 예전같지 않은 집들이 적잖다. 장아찌에 정성을 들인다고 이름난 서울과 수도권 식당 다섯 곳을 소개한다.



●|유기농 채소 쌈밥을 중심으로 한 한정식집이다. 경기도 반가음식의 전통을 이어 가벼우면서도 깊고, 돼지고기보쌈에 간장절임배추를 내놓는 등 창의적이기도 하다. 직영 농장에서 장을 담근다.

새콤달콤한 맛을 낸 간장에 갓, 양파, 고추를 넣고 삭힌 '갓피클'이 독특하다. 심심한 단기 숙성 장아찌인데, 유명 반가에서나 맛보던 장김치 같기도 하다. 밥그릇을 다 비우고도 젓가락이 갈 정도로 입맛을 당긴다.

주로 나오는 장아찌는 갓, 고추, 총각무, 새송이, 깻잎, 마늘종, 도토리묵 등이고 계절에 따라 추가되고 빠지기도 한다. 심심하며 재료의 때깔과 향이 잘 살아 있다. 특히 도토리묵장아찌는 매끌·꼬들한 식감에 도토리묵의 쌉싸래한 맛과 깊은 장맛이 어우러지는데, 산사에서도 잊혀져 가는 우리 장아찌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우리랑 정식 8000원. 미랑 정식 2만5000원. 경기 성남시 분당 율동공원 후문 근처. (031)703-4747

▲ 전남 담양‘전통식당’장아찌.

●|"음식 맛은 장맛"이라는 옛말이 장아찌가 있어 나왔다는 사실을 실현하고 있는 집이다. 도라지, 더덕, 두릅, 달래, 고추 등을 장에 넣어 장아찌를 만드는 과정에서 장에 그 재료들의 맛이 우러나오고, 그 장으로 음식의 간을 맞추면 맛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더덕장아찌가 든 고추장으로는 초고추장을 만들고, 도라지장아찌를 삭힌 간장은 불고기양념으로 쓰는 식이다.

요즘엔 방풍, 두릅, 달래, 청양고추 장아찌를 맛볼 수 있다. 첫 입에는 잘 삭은 간장 맛이 받고 약간의 달콤함에 이어 방풍의 씁쓰레한 맛, 달래의 향긋한 봄향내, 두릅의 화사한 나무순 내음, 청양고추의 톡 쏘는 매운 맛이 입안에 서서히 번져 후식까지 마치고도 오래도록 그 향이 남는다. 점심·저녁 2만2000원~7만원대까지. 저녁 국립민속박물관 옆 삼청동 가는 길에서 오른쪽 정독도서관쪽으로 100여 m. (02)722-9024

●|사찰음식을 내는 곳이다. 고운 연꽃 모양 그릇에 장아찌가 어울려 보이는 것은 의외로 여린 장아찌의 때깔 때문만은 아니다. 재료의 맛이 순하게 잘 살아 연꽃잎에 받칠 만하다. 장을 심심하게 하여 되도록 오래 두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산초, 오이, 새송이, 땅콩, 연근, 매실, 고추, 김 장아찌 등이 기본으로 나온다. 산초는 향이 워낙 강해 튈 수 있으므로 끓는 물을 부어 두어 시간 향을 순화시킨 후 장아찌를 담근다. 오이는 속을 파내 사각사각 씹는 맛이 좋으며 새송이도 무르지 않고 탱글탱글하다. 땅콩은 고소한 맛이 여전하며 연근은 생으로 씹는 느낌이다.

장아찌 맛이 순하니 장아찌비빔밥이 가능하다. 장아찌를 종류별로 조금씩 넣고 매실액으로 담근 고추장으로 양념하여 비비면, 입안에서 낱낱의 맛을 지닌 재료들이 서로 충돌하고 화합하면서 새로운 맛을 연출해낸다. 점심·저녁 2만3000~5만8000원(부가세 별도). 정독도서관 입구 왼쪽으로 난 골목길로 50m. (02)3210-3397

●|경북 포항 구룡포 사람이 올라와 하는 막회, 과메기, 문어, 고래고기 등을 내는 선술집이다.



서울에서는 맛보기 힘든 콩잎장아찌를 낸다. 대두(메주콩)의 잎으로 담그는 장아찌이다. 봄여름에는 푸른 콩잎을 된장에 삭히고 가을부터는 갈색으로 변한 '낙엽 콩잎'을 멸치젓국에 마늘, 파, 산초 등을 넣고 삭힌다. '낙엽 콩잎'은 억세므로 끓는 물에 데쳐 부드럽게 한 후 담근다.

콩잎은 풋내와 씁쓸한 맛이 나는데 된장과 멸치젓국이 이 맛을 순화시켜 독특한 향미를 끌어낸다. 특히 낙엽콩잎장아찌는 첫 입에 젓국 맛이 워낙 강해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으나 김 모락모락 오르는 밥 위에 한 잎씩 올려 먹으면 뒤에 받는 콩잎의 풋내와 씁쓸한 맛이 찝찌름한 젓국과 절묘하게 어우러짐을 느낄 수 있다. 막회 1접시 2만원, 물회 8000원, 곰치국 6000원, 생아구탕 7000원. 골목이 복잡해 찾기 쉽지 않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593-5. (02)309-0012

●|장아찌를 제대로 즐기려면 밥이 맛있어야 한다. 이 집은 손님이 주문을 하면 그 자리에서 조그만 밥솥으로 따끈따끈 밥을 지어준다.

전국에서 수배한 유명 산지의 깻잎, 고추, 양파장아찌를 곁들여 낸다. 밥맛을 해치지 않기 위해 심심하고 약한 장아찌 맛을 고집하는 것이 특징이다. 양파장아찌는 경남 창녕산을 쓰는데, 다른 지역의 양파보다 단단해 아삭아삭 씹는 느낌이 좋고 양파 특유의 단맛이 강해 간장 향과도 잘 어울린다.

강원 정선 콩으로 띄운 투박한 청국장도 별미인데 여기에 갓 지은 밥을 비비고 장아찌를 한쪽 올리면 시큼털털 고소한 청국장에 장아찌가 포인트로 작용해 맛을 더하게 된다. 청국장 5500원, 김치찌개 5000원, 소금구이 8000원.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 세이브존 뒤 먹자골목에 있다. (032)329-2337

●|장아찌를 팔지는 않는다. 장아찌를 포함 40여 가지 음식이 나오는 한정식 2만원부터. 홍어삼합, 굴비장아찌 등이 추가되면 3만5000원까지 올라간다. 된장과 고추장을 파는데 올해 담근 된장은 이미 다 팔렸고 고추장(1㎏ 1만8000원·택배비 별도)만 조금 남았다. 전남 담양군 고읍리 688-1, (061)382-3111, 383-3777

●|담양은 대나무의 고향. 송죽정(061-381-3291)은 대통에 다섯가지 곡물과 은행, 밤 등을 넣고 찐'대통밥'의 원조로 알려졌다. 담양은 떡갈비도 유명하다. 담양읍사무소 근처 덕인갈비(061-381-2194·1인분 1만9000원)와 신식당(061-382-9901·1인분 1만8000원)이 전문으로 한다.

●|대나무골 테마공원(061-383-9291·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아동 1000원)과 죽녹원(061-380-3244·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아동 500원)은 영화나 CF 배경으로 눈에 익은 곳. 24번 국도는 여름이면 메타세콰이어 나무 1300여 그루가 초록빛 터널을 이루는 모습이 장관. 지금은 잎이 지고 누런 가지만 남아 다소 스산하지만 나름 운치가 있다.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경부고속도로와 천안·논산고속도로를 지나 호남고속도로를 달리다 장성IC에서 빠져 나온다. 장성에서 담양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담양IC에 닿는다. 길이 막히지 않으면 4시간 정도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