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명수 기자
2000.11.21 13:21:06
채권수익률이 환율에 따라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현대건설을 비롯한 구조조정 방향과 경기 동향에만 관심을 보이던 채권딜러들이 시시각각 환율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외환전문가들은 이번주들어 환율이 급등한 것은 대만달러 폭락에 따른 심리적인 파급효과, 국내 구조조정 지연, 국회공전 등 정치적 불안과 정유사들의 달러 결제수요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환율 폭등이 역외세력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역외세력이 투기적인 목적으로 한국 원화를 공격한다면 공격의 빌미는 무엇일까.
펀더멘털 측면에서 한국의 거시경제 지표에 심각한 변화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 외환보유고는 10월말 현재 927억달러로 IMF도 인정했듯이 사장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역시 지난 6월 21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이래, 7월 8억달러, 8월 14억달러, 9월 19.5억달러 10월 14.4억달러로 안정된 상태다.
이번달들어 20일까지 통관기준으로 9억5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흑자기조가 무너지는 신호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구조조정 측면에서는 한국 정부가 빈틈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미래에셋투신은 기업구조조정에 대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왔다며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정책은 온데간데 없고 일관성마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여여간 정쟁으로 국회가 공전, 공적자금 추가조성 동의안 처리가 늦어지는 것도 공격자에게는 알맞는 빌미가 됐다.
대만달러가 천수이벤 정권 탄생이후 끊임없이 공격을 받은 것은 소수정권으로서 국정 수행에 심각한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원화 공격자들은 대만의 정치상황과 한국의 최근 정치상황을 자연스럽게 연결지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환율 상승은 얼마나 지속될 것이고 채권시장은 어떻게 대응해야하는가.
미래에셋투신은 최근 환율이 역외세력에 의해 거의 결정되고 국내 은행권의 힘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예전처럼 정부의 구두개입으로 환율을 안정시키기는 어렵다며 97년처럼 정부가 달러화를 공급하다가는 더 나쁜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공격자가 노리고 있는 약점을 보완하는 수 밖에 없다. 펀더멘털 측면에서 나름대로 대응력을 갖추고 있다면 허술하게 보였던 구조조정 부분을 강화해야할 것이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원칙에 따라 기업퇴출과 은행구조조정을 처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어책이라는 것.
현대건설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된 것이 아니고 LG그룹 문제가 이제 막 제기된 만큼 정부의 의지를 나타낼 기회(?)는 아직도 남아있다. 고비때마다 정부가 원칙을 확인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외환시장의 소란이 계속되는 한 채권수익률은 기존의 방향성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환율 안정의 열쇠가 결국 구조조정에 달려있다고 한다면 지금까지 채권시장을 이끌어왔던 화두인 "구조조정"과 "경기둔화"는 변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환율급등이라는 소나기는 일단 피하는 것이 좋지만 호들갑스럽게 시장을 이탈하는 것도 성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