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극명한 온도차..선미후남인가, 통미봉남인가
by하지나 기자
2019.08.11 15:20:25
北, 연일 미사일도발 이어 靑 조롱·비난 담은 외무성 담화
트럼프 트위트에 친서 소개.."北 한미연합훈련 후 대화 재개 밝혀"
北, 지나친 美 의존한 남측에 불만 표출..韓없이 북미 대화 가능해져
|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전날 새벽 함경남도 함흥 일대서 단행한 무력시위 관련, “김정은 동지께서 8월 10일 새 무기의 시험사격을 지도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신은 이날 ‘새 무기’라고만 전했을 뿐, 이전 발사 때와 달리 무기 명칭이나 특성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김 위원장의 시험사격 참관 사진.(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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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대해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한미군사연합훈련을 문제삼아 남한을 사정권에 둔 미사일 도발을 계속 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를 향해 조롱섞인 비난은 물론 대화 상대에서 제외하겠다는 경고성 발언까지 했다. 반면 미국 대통령에게는 친서를 보냈다.
북한의 이같은 이중적 행태를 두고 ‘통미봉남(通美封南,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 협상)’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향후 비핵화 협상에 있어 한국이 아예 배제될 가능성까지도 제기된다.
북한은 11일 외무성 국장 담화를 통해 한미훈련을 중단하거나 이에 대한 해명을 하기 전까지는 남북간 접촉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은 이날 담화에서 “남조선당국이 합동군사연습의 명칭을 초기의 ‘동맹 19-2’ 대신 ‘후반기 한미련합지휘소훈련’으로 바꾸고 11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면서 “연습의 명칭이나 바꾼다고 해 훈련의 침략적성격이 달라진다거나 또 우리가 무난히 넘기리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대화에로 향한 좋은 기류가 생겨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철저히 이러한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북한은 “사거리 하나 제대로 판정못해 쩔쩔매여 만 사람의 웃음거리가 됐다”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를 향한 조롱과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10일 또다시 미사일 2발을 쏘아올렸다. 올해 들어 7번째다. 11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하반기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한 무력시위로 해석된다.
하지만 미국에는 직접 친서를 보내며 우의를 과시했다. 10일(현시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끝나는대로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그것은 긴 친서였다. 그 중 많은 부분은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드는(ridiculous and expensive) 훈련에 대한 불평이었다”면서 “또한 단거리 미사일들 시험에 대한 작은 사과였고, 이런 시험은 훈련이 종료될 때 중단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북한의 엇갈린 행보에 대해 북한이 남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한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서 당사자인 한국이 빠질 수 없다는 전제하에 통미봉남 보다는 선미후남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한국을 배제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그동안 남측이 단순히 남북관계보다 한미관계를 더 우선시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지나치게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또한 “4·27 남북정상회담이나 9·19 군사합의를 했지만 남북관계에 개선된 것이 없다는 점에서 북한측에서는 강한 불만을 쏟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조차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당분간 북미협상에서 한국이 제외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나타냈다. 지난 6월30일 판문점 회동이 증명하듯 SNS를 통해 북미간의 대화는 얼마든지 가능해진 상황이다.
한국이 대화에 동참하게 되더라도 비핵화 협상이 상당 수준 진전되고 남북경협, 평화협정 등 제재국면이 해소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상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주장했던 ‘한반도 운전자론’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
김동엽 교수는 “북한은 한국의 중재자 역할에 신뢰하지 않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식이면 아예 빠지라는 것”이라면서 “한국이 균형잡힌 중재자 역할 못하고 일방적인 메신저 역할밖에 못한 것이 지난 연말부터이다.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진전으로 인해서 일정수준의 한미간의 불편함은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실질적으로는 기존의 ‘통미봉남’전략을 훨씬 넘어선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북한은 북미간의 대화 국면에서 남한에게 촉매역할, 북미 갈등 국면에서는 안전판 역할을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북미간의 직접 대화가 가능한 상황에서 더이상 한국은 쓸모가 없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에 남의 나라 얘기하듯 하고 있다. 북미 대화의 판을 깨지 않는다는 시각에서 보더라도 과거에 이런 사례를 본 적이 없다”면서 “트럼프는 가치적 동맹이라든지, 한미동맹의 역사성에 대한 고려가 없다. 우리로서는 처음 맞는 안보적 환경”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