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론스타 vs 국세청]②5000억 두뇌게임

by임명규 기자
2010.12.01 11:11:05

김앤장, 론스타 벨기에 거주 입증 주력
하나금융 매각대금에 원천징수 세금 제외

마켓 인 | 이 기사는 12월 01일 09시 41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임명규 기자] "한국법의 존엄성을 존중한다. 론스타의 투자활동과 관련해 조세심판원의 세금납부 결정이 나온다면 이행하겠다. 10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도 한국 국민에게 내놓겠다." -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2006년 4월19일)

▲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 조세심판원의 결정에 따르겠다던 약속은 행정소송 제기로 물거품이 됐다(사진=이데일리).
4년전 론스타의 약속은 모두 빗겨갔다. 지난 7월 조세심판원이 론스타 과세에 대해 적법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론스타는 세금납부 대신 행정소송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사회공헌기금에 대한 얘기는 이제 나오지도 않는다.

최근에는 론스타가 외환은행(004940)을 하나금융지주(086790)에 넘기기로 하면서 5조원의 매각 차익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세금 문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전혀 없다. 론스타는 어떤 방식으로든 세금을 내지 않으려 하고 있고, 소송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론스타는 국내 자문을 맡고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통해 세금을 피할 논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김앤장은 2000년대 초반 사모펀드인 칼라일과 뉴브릿지캐피탈이 수조원의 매각 차익을 올리고도 세금을 내지 않도록 도와준 곳이다. 론스타·김앤장과 국세청의 두뇌게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론스타에 대한 과세 쟁점은 간단하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이미 치밀한 계획에 따라 조세피난처인 벨기에에 회사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외환은행에 투자했다. 한-벨기에 조세조약(이중과세방지협정)에 따라 벨기에 회사가 우리나라에서 거둬들인 주식양도 차익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했다.

반면 국세청은 론스타가 2조원의 외환은행 블록세일 과정에서 국내 고정사업장을 두고 실질적인 투자활동을 해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조세조약상 벨기에 거주자도 아니기 때문에 세금을 안낼 이유가 없다는 것.



김앤장은 심판원에 론스타가 벨기에 회사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거주자 증명서 등을 증빙으로 제시하면서 "국세청은 론스타가 벨기에 거주자라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빙자료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심판원은 론스타의 투자활동이 조세회피 목적이었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국세청 과세에 힘을 실어준 상태다.

결국 론스타는 국세청과 심판원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당초 약속과 달리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086790)에 외환은행(004940)을 매각하면서 거액의 차익을 올리면 이에 대한 세금문제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일단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취해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론스타가 5조원의 매각 차익을 올릴 경우 원천징수 의무자는 외환은행 인수자인 하나금융지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에게 월급을 주는 회사가 소득세를 원천징수해 국세청에 내는 원리와 같다.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에 5조원을 줄 때 5000억원을 떼서 국세청에 납부하고, 4조5000억원만 론스타에 지급하면 원천징수 의무를 다하게 된다. 만일 론스타가 과세에 불만이 있다면 직접 불복청구를 제기하면 된다.

하지만 이번 계약은 기존 원천징수 구조와 다른 점이 있다. 매각대금에 원천징수 세금이 포함돼있지 않고, 외국계 은행의 지급보증이라는 장치를 마련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매각대금이 아직 지불되지 않았고, 소송 결과도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다"며 "과세요건이 맞다는 결론이 나오면 세금은 반드시 납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의 주식 매각대금에서 11%(주민세 포함)를 원천징수하면 세금은 5000억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한편 론스타가 이번 계약에 앞서 국세청의 핵심 과세논리였던 고정사업장(론스타코리아)을 철수시키면서 과세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국세청은 고정사업장이 없어도 론스타의 고용인이 국내에서 용역을 수행했다는 증거만 있으면 고정사업장으로 인정해 과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외환은행 임원들이 론스타와 관련된 인물이라는 점을 국세청이 입증할 수 있을지 여부가 론스타 과세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