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두산)①"당신들은 뭐가 다르길래"라고 묻는다면···

by정재웅 기자
2009.10.27 09:56:25

박용현 회장 "사람의 마음을 잡아라"
박용만 회장, '파격적 소통'통한 인재중시 실천
두산그룹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두산만의 인재"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

"회장님, 질문있습니다!"

두산그룹 입사 설명회가 끝날 무렵, 맨 앞줄에 앉은 한 대학생이 손을 들었다. 무슨 질문일까 의아해 한 박용만 당시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발언권을 줬다.

그러자 학생이 입을 열었다. "저는 이름이 '두산'입니다. 그래서 다른 기업에는 들어갈 수도 없어 빼도 박도 못하는 처지입니다. 만일 제가 두산그룹에 지원하면 받아주시겠습까?"
 
학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설명회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이름이 '두산'이라 다른 기업 취업에 제한사유가 생겼으니 두산이 책임 지라는 '황당한' 논리다. 한참을 웃던 박 회장이 입을 열었다. "정말 그렇겠네요. 우리가 책임져야겠어요. 한번 지원해보세요". 

이 학생은 이후 두산그룹 공채시험에 당당히 합격,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물론 이름이 당락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 인재를 소중히 여기고 소통을 중시하는 두산그룹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예다.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은 일년에 두 번씩 이코노미클래스를 이용, 일본과 중국을 방문한다. 퍼스트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음에도 이코노미를 고집하는 것은 동행하는 교사들 때문이다. 

두산그룹 연강재단의 이사장이기도 한 박 회장은 매년 전국에서 선발된 과학 및 역사교사들과 함께 중국과 일본을 다녀온다. 일본에서는 과학 현장을, 중국에서는 고구려 등 우리 역사 현장을 교사들에게 직접 보여준다.
 
동행교사들과 똑같은 좌석을 이용하겠다는 것이 박 회장의 생각이다.
 

▲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그는 항상 소탈한 소통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경영을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룹 회장에 오른 올해에도 이 사업은 예년과 다름없이 진행됐다. 비서실에서도 아무리 일정이 빠듯해도 이 교사연수 프로그램 일정만은 반드시 따로 빼놓는다. 생생한 현장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아이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은 박 회장의 바람을 알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냉철한 외과의사 출신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대할 때는 한없이 소탈하고 배려심 깊은 이웃 아저씨 같다는 것이 주위 평이다.

과학교사들과 함께 일본을 방문하던 때였다. 교사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가던 박 회장이 갑자기 앞으로 나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제가 누구인지는 다 아실거고. 선생님들 심심하실까봐 제가 준비한 것이 하나 있다"면서 주머니에서 책 한권을 꺼내들더니 읽기 시작했다. 책 제목은 '인터넷 유머'.
 
회장이라는 사람과 함께하는 자리라 선생님들이 불편해 할까 싶어 그가 준비한 이벤트였던 셈이다.

결과는 대만족. 교사들은 대기업 총수가 먼저 보여준 소탈한 모습에 감동과 함께 포복절도했다. 박 회장은 아직도 함께 했던 선생님들과 휴대폰으로 문자를 주고 받는다. 각종 안부부터 고민상담까지 그의 소탈한 소통은 늘 상대의 마음을 움직인다.
 
두산 고위관계자는 "박 회장의 인간적인 소탈함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며 "상대의 마음을 열수 있어야만 인재를 많이 확보할 수 있고, 이런 인재확보가 곧 두산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전했다.




"저~내일 휴가 냈슴다~! 아무도 연락하지 마샴~~! 제발~~~~~!! 잠수 탑니다~ 움하하하~~~서울을 떠날 거심~~~!!! 부럽쥐?ㅋㅋ"

"만세~~~~76.08 김연아 최고! 이젠 팍 자도 되겠슴다. 가을의 상념들이 한 순간에 날라갑니다. 연아 만세!!!!"

흔히 볼 수 있는 인터넷 블로그에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트위터에 박용만 ㈜두산 회장이 올린 글들이다. 개인적인 소회부터 트위터 팔로우어(Follower)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까지, 그의 소통에는 '대기업 회장'이라는 직함이 주는 거리감이 전혀 없다. 
                                                                                                                   
▲ 박용만 ㈜두산 회장. 그의 파격적 소통법이 화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 사람을 중요시하는 두산家의 경영철학이 담겨있다.
트위터에서 박용만 회장은 더 이상 '회장'이 아니다. 한 개인 혹은 트위터 사용자 중 한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박용만 회장의 발언들은 거리낌이 없다. 누가봐도 '대기업 회장님'은 아니다. 하지만 이 안에는 박 회장만의 색다른 소통법이 숨어있다.

직함이 주는 거리감을 없애고 회사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과도 격의 없이 소통하는 모습엔 사람을 중요시하는 두산만의 경영철학이 담겨있다. 문턱과 편견을 없애고 상대의 마음을 열게끔하는 소통의 기술, 이것이 지금의 두산을 있게 한 힘이다.

박 회장은 최근 트위터에서 벗어나 또 다른 소통의 도구에 몰두하고 있다. 바로 기업용 마이크로 블로그인 '야머(yammer)'다. 야머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트위터와 달리 특정한 다수, 즉 회사 내부 관계자들과의 소통의 장이다.

'야머'는 동료와 협업을 위한 사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다. 현재 진행 중인 작업에 대한 긴급 메시지나 질의응답·뉴스 등을 공유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메일 등으로 결재를 주고 받던 것과 달리, 훨씬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용만 회장의 '얼리 아답터'로서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는 예다.


최고경영자들의 이같은 마인드가 반영돼서일까. 두산그룹은 올해 적극적으로 인재채용에 나섰다. 누구에게나 쓸모있는 사람보다는 두산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를 뽑겠다는 것이 두산그룹의 방침이다.

이를 위해 두산은 박용만 ㈜두산 회장과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 등 회장단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대학을 찾아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 두산그룹은 최근 13년만에 기업 이미지 광고를 재개했다. 그리고 그 주제를 '사람'으로 잡았다.
또 소위 '스펙'이 좋은 사람보다는 두산만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입사지원서에 학점 기입란을 없앴다. 아울러 올해 처음으로 바이오 데이터 서베이(Bio Data Survey )라는 새로운 전형을 도입했다.

바이오 데이터 서베이란 현재 두산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직원들의 대표적 역량 등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지원자가 입사지원서를 작성할 때 채용 홈페이지에서 45분 동안 총 130개 문항에 답하면 자동으로 채점이 된다. 이는 곧 지원자가 두산의 인재상과 부합하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박용만 ㈜두산 회장은 "10년 뒤에 누가 나에게 '두산은 무엇이 다르길래 계속 성공을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그 이유는 두산이 사람을 키우는 방식이 남다르기 때문이다라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최근 13년만에 대대적인 기업 이미지 광고를 실시했다. 주제는 역시 '사람'이다. 한국 최고(最古)의 기업에서 세계 5위의 글로벌 ISB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두산은 기업의 원동력을 '사람'에 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회장이라는 직함이 주는 문턱을 스스로 없애고 상대의 마음을 여는 소탈하면서도 파격적인 소통법. 그리고 언제나 사람을 제일 우선으로 생각하는 두산의 경영철학은 분명 새로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두산의 원동력이라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