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진섭 기자
2008.05.16 09:43:21
올 들어서만 20억불 대형사업 3건 수주
대형 건설사 수주목표액 상향..원자재 폭등 우려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10억-20억달러에 달하는 대형 사업을 따내고 있다. 과거 5억 달러가 대형 프로젝트 수주로 인식됐던 점을 감안하면 단일 프로젝트 수주 규모가 커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중동지역 발주처에서 대규모 단위로 사업 물량이 쏟아지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단일 수주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GS건설, 현대건설, SK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도 올해 수주 목표를 상향 조정하는 추세다.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현재까지 해외에서 수주한 물량 중 초대형 프로젝트로 분류되는 20억달러 공사만 3건에 달한다.
현대건설(000720)은 지난 2일 카타르 라스라판에서 20억6791만달러 규모의 복합 발전소 사업을 따냈다. 이 사업은 현대건설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또 역대 중동지역에서 발주한 단일 플랜트 공사로도 최대다.
쿠웨이트에서도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10억-20억달러 공사를 연이어 따냈다. GS건설(006360)은 일본 JGC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인 KNPC가 발주한 알주르 석유공장 본 공사 패키지 1을 총 40억달러에 수주했다. GS건설의 지분은 50%로 수주 금액은 약 20억달러다.
SK건설도 수소회수, 압축 및 생산 공장, 황 회수 공장을 신설하는 패키지 2를 20억6000만달러에 따냈다. 이밖에 대림산업(000210)은 11억8400만달러의 패키지 4를, 현대건설은 11억2000만달러의 패키지 5을 수주했다.
10억달러 내외 수주 물량도 수두룩하다. GS건설은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11억4000만달러 규모의 그린디젤 사업을 따냈고, 포스코건설은 칠레 캄피체와 안가모스에서 각각 4억4000만달러, 8억6000만달러 등 총 13억달러에 달하는 발전소사업을 수주했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수주를 추진하고 있는 대형 플랜트 사업도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페루 국영석유공사(Petroperu)가 추진하고 있는 10억달러 규모의 탈랄라(Talara) 정유공장 현대화프로젝트에는 삼성엔지니어링(028050), SK건설, GS건설이 1차 PQ를 통과한 상태다.
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는 제벨알리 복합화력발전소 Q,P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다. 각 사업별 규모는 각각 20억달러, 25억달러에 달하는 대형 복합발전소다. 이 사업에는 현대건설, 현대중공업(009540), 두산중공업(034020)이 입찰을 준비 중이다.
베트남에서는 대우건설(047040)과 금호산업(002990) 건설부문이 총 10억달러 규모의 장보 전시장 재개발과 장보 전시장의 이전 예정지인 Metri(메찌)의 주거단지 개발(공사규모 50억 달러로 추정) 사업 수주가 임박한 상태다.
쿠웨이트에서는 Crude Pipeline(17억달러), North 알주르 발전소(40억-50억달러) 등에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이다.
해외 수주가 호조를 보이면서 국내 대형건설사들은 이미 올해 목표액을 초과 달성했다. 현대건설은 라스라판, 알주르 정유공장을 잇따라 수주하면서 현재 51억4150만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다.
이 회사가 연초 수립한 올해 해외 수주목표액이 총 47억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벌써 4억달러 가량을 초과 달성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수주 목표액을 65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GS건설도 쿠웨이트 알주르 정유플랜트 공사(20억달러)를 포함해 9곳에서 41억달러를 수주했다. 이는 올해 수주 목표액인 38억7000만달러를 넘어서는 것이다. GS건설은 올 수주 목표를 50억달러로 올렸다.
SK건설 역시 쿠웨이트 알주르 플랜트 공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28억3000만달러를 따내며 목표치(26억1000만달러)를 넘었다.
포스코건설도 해외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올해 5월 현재까지 수주액은 22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65만달러에 비해 134배 증가했다. 지난해 1-5월 해외에서 3200만달러 수주에 그쳤던 대우건설 역시 올 들어서는 16억7000만달러의 공사를 따내 지난해 대비 52배가량 성장했다.
정부도 수주 목표치를 올려잡았다. 국토해양부는 연초에 해외 수주액이 35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이보다 100억달러 많은 450억달러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외 수주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해외 원자재 가격 폭등이 대표적 걸림돌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동지역 내 철근가격은 1년 전 t당 517달러였던 것이 현재는 800달러로 40% 이상 상승했다. 플랜트 건설에 많이 투입되는 후판도 t당 602달러에서 850달러로, 소형 형강은 542달러에서 680달러로 각각 올랐다.
특히 철근이나 후판은 물가 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에스컬레이션) 품목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업체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중동에 진출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 제의 물량이 쏟아지고 있지만 영업 마진이 20% 이상 남는 사업이 아니면 검토도 하지 않고 있다"며 "철근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어 이 정도 마진이 돼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쯤되자 대형 건설사들은 원가절감 방안 수립, 구매선 다양화, 구매인력 확충 등으로 위기 관리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은 발주처와 원자재 가격 연동제를 마련해 원가 압박을 해소하고 있고, 대우건설(047040)은 해외 현장에서 직접 자재를 구매할 수 있는 재량권을 확대했다.
대림산업은 올초부터 국내외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비해 플랜트 위험관리부를 신설해 가동에 들어갔고, 삼성건설은 실행물량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자재 손실물량을 최소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