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발견 100년…이제 희망이 보인다

by조선일보 기자
2006.11.15 11:55:00

아일랜드·스위스 등 잇따라 예방백신 개발

[조선일보 제공] 예방 백신들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조심스레 ‘알츠하이머 극복’에 희망을 걸 수 있게 됐다.

100년 전인 1906년 11월, 처음 학계에 보고된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이다. 현재 전세계에 2000만명의 환자가 있으며,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이 병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약도 없어서 지금까지는 병의 진행을 늦추는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 치료의 전부였다.

현재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백신은 아일랜드 엘란사의 ‘AN1792’, 스위스 노바티스사의 ‘CAD106’, 일본 국립장수연구소가 개발한 백신 등이다. 임상시험 중에 있는 이 백신들은 모두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속에 생성돼 정상세포들을 고사(枯死)시키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가장 먼저 개발된 AN1792 백신은 항체형성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 신경과 S. 길먼 교수팀이 AN1792 백신을 알츠하이머 전조증상이 있는 환자 300명에게 주사한 결과, 59명(19.7%)에게서 아밀로이드 단백질 항체가 생성됐고, 위약(僞藥)을 먹은 그룹에 비해 기억력이 개선됐다. 연구팀은 2005년 저명한 의학저널인 ‘신경학(Neur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 중 6명에게 수막뇌염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발견됐지만 아밀로이드 백신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유용하다”고 결론 내렸다. 엘란사는 현재 이 같은 부작용을 개선한 백신의 임상시험을 계속하고 있다.

노바티스사도 알츠하이머 백신 CAD106의 임상시험을 스웨덴과 싱가폴에서 시작했다. CAD106은 동물실험 결과 아밀로이드 형성 차단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지난해 10월 스웨덴에서 60명의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결과는 내년 말에야 나올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일본 나고야 국립장수연구소는 주사제가 아닌 경구용 알약 형태의 알츠하이머 예방 백신을 개발해, 역시 임상시험 중이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는 “일부 부작용들이 있지만 현재 개발된 백신들은 예방효과뿐 아니라 치료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백신 개발이 순조로울 경우 5~10년 안에 독감예방주사처럼 알츠하이머 예방접종을 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 요인이 20~40%, 환경적 요인이 60~80%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실제 직계가족 중 알츠하이머 환자가 있으면 일반인에 비해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4~5배 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스트레스, 우울증 병력(病歷), 고혈압, 당뇨 등 뇌혈관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습관병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초기단계 알츠하이머 환자를 5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뚱뚱하고 고혈압, 당뇨 등의 질환을 가진 경우 증세가 더 빨리 악화된다는 보고도 있다. 이 때문에 유산소운동을 통해 생활습관병을 적극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는 “뇌세포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해야 알츠하이머를 막기 위해서는 뇌세포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해야 하며,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이라며 “대개 60대 이후에 알츠하이머가 발병하지만 실제로는 40대부터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혈관건강에 해로운 흡연, 음주 등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