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으로 떠나는 웰빙음식 여행

by조선일보 기자
2006.05.18 10:17:30

소박한 맛에 곤드레 만드레 취했드래요~

[조선일보 제공] 지난 12일은 강원도 정선 5일장이 열리는 날. 요즘은 취나물이며 돌미나리, 곰취 등 나물이 천지지만, 유독 ‘곤드레’라는 글자가 많이 보인다. 정선군 덕성리에서 온 탁옥녀(63) 할머니는 “서울 사람들이 언제부턴가 곤드레나물을 찾는다”고 말했다. 조금 신기하단 얼굴이다.

곤드레나물과 곤드레밥
 


▲ 곤드레밥 만드는 법 ●재료: 곤드레나물, 쌀(양념장: 간장, 부추 또는 쪽파, 참기름 또는 들기름, 참깨)① 곤드레나물을 살짝 데친 뒤 물기를 쪽 짜낸다. ② 밥솥에 쌀을 넣고 일반 밥 지을 때와 같은 양의 물을 붓는다. ③ ②의 밥 위에 준비한 곤드레나물을 얹는다.④ 밥이 다 됐으면 뜸 들여 그릇에 담는다. ⑤ 양념장 재료를 잘 섞어 종지에 담아 곤드레밥과 함께 낸다. ●맛&멋 포인트- 맵쌀과 찹쌀을 섞어 밥을 지으면 더 찰지고 맛있다.- 데친 나물을 들기름으로 무친 뒤, 밥을 하면 더 부드럽고 고소하다. - 양념장 대신 막장이나 고추장, 된장찌개에 비벼 먹어도 맛있다.
곤드레는 정식 이름이 아니다. 사전에는 ‘고려엉겅퀴’라고 나온다. 국화과 여러해살이풀로, 잎은 달걀형 또는 타원형에다 끝이 뾰족하다. 잎 앞면에는 고운 털이 촘촘하다. 정선이 곤드레로 유명해지면서 강원도 사투리인 곤드레가 이름으로 굳었다. 한 정선 주민은 “곤드레 향이 너무 짙어서 ‘곤드레 만드레 취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며 웃지만, 그도 확실하지 않은 눈치다.

곤드레는 정선에서도 즐겨 먹던 나물이 아니다. 곤드레가 유명세를 타게 된 건 최근 일이다. 12년 전 ‘동박골식당’ 주인 이금자(51)씨가 곤드레나물밥을 개발하면서부터다. “그 전엔 곤드레 우습게 알고 먹지 않았어요. 6·25 때 산속에 숨었던 사람들이 죽이나 끓여먹고 그랬죠.”

정선으로 부임한 공무원들은 이씨 집에서 하숙을 많이 했다. 곤드레를 된장이나 소금에 조물조물 무쳐 반찬으로 내다가, 우연히 삶은 곤드레를 넣고 밥을 지어봤다. 맛이 의외로 훌륭했다. 곤드레 특유의 향이 신선하고, 곤드레에서 배 나온 기름이 밥에 배어 담백 구수했다. 하숙생들의 권유로 동박골식당을 열었다. 구수한 맛에 섬유질이 풍부해 묵직한 아랫배를 시원하게 해주니, 서울 아주머니들이 이것에 미치는 건 당연하다.

곤드레밥은 입맛에 따라 간장양념이나 막장, 고추장, 된장찌개에 비벼 먹는다. 한꺼번에 많이 지어뒀다가 내주는 일반 곤드레밥(4000원)보다는, 주문하면 그때 밥 짓기 시작하는 돌솥곤드레밥(6000원)이 더 맛있다.




▲ 콧등치기국수
정선장 한켠에 식당들이 모인 골목이 따로 있지만, 역시 장터 음식은 시장통 좌판에 앉아 먹어야 맛이다. 정선장 좌판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콧등치기국수’다. 칼국수처럼 납작하게 뽑은 메밀국수를 따뜻한 멸치국물에 말고 김치와 무채, 김가루, 깨소금을 얹어 낸다. “후루룩” 들이키면 국수가 콧등에 턱 들러붙는다. 한 그릇에 3000원쯤 받는다.



메밀부치미·메밀전병·메밀묵

정선장에는 콧등치기국수 외에도 메밀이 들어가는 음식이 많다. 메밀이 많이 나는 고장 답다. 이중 메밀전병이 가장 기억 남는다. 뜨겁게 달군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묽은 메밀반죽을 둥글게 편다. 부침개가 거의 다 익으면 잘게 다진 김치를 가운데 놓고 도르륵 말아서 접시에 담아 준다. 구수한 메밀과 시큼한 김치속이 찰떡궁합. 여기 옥수수 막걸리 한 사발이면 ‘강원도 버전 삼합’이다. 메밀전병 3장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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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밀부치미(왼쪽),메밀전병(오른쪽)
메밀부치미(부침개)는 메밀반죽을 번철에 둥그렇게 편다. 반죽이 완전히 익기 전 소금에 절인 배추, 쪽파를 얹는다. 잠시 후 뒤집어 위쪽까지 노릇하게 익히면 완성이다. 살짝 시큼한 배추와 아무 맛도 없는 듯한 메밀, 화려하거나 대수롭지 않은 밋밋한 맛이지만 젓가락을 잡아끈다. 정선읍에 사는 최경년(72) 할머니는 3장에 2000원 받는다. 3000원 받는 메밀묵은 굵직하게 썰은 메밀묵을 콧등치기국수와 같은 국물에 말아 낸다.




▲ 올챙이국수
올챙이국수는 옥수수로 만든다. 딱 올챙이 모양이다. 사발에 올챙이국수를 가득 담고 멸치국물을 붓는다. 김치, 김, 깨소금을 얹어 손님에게 준다. 아주 심심하고 무르다. 1그릇 3000원 정도 받는다.

족발

정선장 한가운데서 황기, 감초 등 약초가 구수한 고기 냄새와 섞여 나왔다. 남계운(42)씨 부부가 커다란 ‘도라무통’에서 돼지족발을 만드는 냄새였다. 손님이 제일 통통하고 맛있어 보이는 족발을 고르면, 남씨 부부가 먹기 좋게 잘라 깔끔하게 포장해준다. 약초 10여 가지가 들어가 돼지 냄새가 나지 않는다. 살이 많은 다리 부위는 1만2000원, 돼지발은 3개 6000원로 저렴한 편이다. 북평왕족발 (033)522-2324, (011)9070-2030

정선=글·김성윤기자 gourmet@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김영훈기자 adamszon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