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물고기도 기후변화가 오면 아파집니다[파도타기]
by권효중 기자
2024.12.14 08:30:00
극지연구소, 2100년 남극바다 기후변화 시나리오 연구
''남극대리석무늬암치'' 뜨거운 바다에서 6일만 살아도
면역력 떨어지고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어
"남극 해양보호, 어류자원 보호 위한 경각심 가져야"
[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기후 변화로 인해 남극이 지금보다 뜨거워지면 남극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은 어떻게 될까. 포유류 등 몸집이 큰 동물과 마찬가지로, 어류 역시 기후 변화에서는 건강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담은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극지연구소는 지난 12일 기후 변화로 인해 미래 남극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의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진형 극지연구소 박사 연구팀은 2100년대 예상되는 해양 환경 속에서 남극 물고기인 ‘남극대리석무늬암치’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기후 변화 시나리오인 정부간 협의체(IPCC)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2100년대 남극 바다 환경을 조성했다.
IPCC 시나리오는 ‘배출 시나리오에 관한 특별 보고서’라고도 불리며, 현재 수준의 이산화탄소 배출, 인구, 경제 및 토지 이용 등이 이어지게 될 경우 미래의 기후 환경을 예측한다. 낮은 수치에서 높은 수치까지 △SSP1-2.6 △SSP2-4.5 △SSP3-7.0 △SSP5-8.5 4가지 표준 경로로 예상값을 낸다.
연구팀은 가장 우려 수준이 높은 SSP5-8.5 경로를 바탕으로 2100년대 남극 바다 환경을 전망했다. SSP5-8.5는 화석연료 사용이 많고, 도시 위주 개발이 이뤄지며 기후 변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상에 기초한다. 연구팀은 남극 바다의 수온이 2도에서 7도로, 산성도는 PH 8.0에서 7.6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해 바닷물을 바꿨다.
남극대리석무늬암치는 따뜻하고 산성화된 바다에서 6일을 보냈다. 그러자 혈액 응고과정이나 자연 면역세포 작용 세포공격 등 면역 관련 유전자의 작동 경로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주변 환경 변화로 인해 암치가 스트레스를 받자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면역 기능이 떨어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여름 고수온으로 인해 많은 양식 어류들이 폐사한 것과 마찬가지로, 남극에서 사는 물고기들까지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아 면역력이 떨어지고, 병을 앓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남극 해양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해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은 인류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남극 물고기가 맞이할 수도 있는 2100년의 암울한 미래가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연구는 독성학 분야 국제전문학술지인 환경독성학 및 환경안전(Ec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에 지난달 15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