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보다 더 추락한 코인베이스 살아날까…월가도 `설전`

by이정훈 기자
2022.07.31 12:39:45

비트코인 올들어 50% 하락할 때 코인베이스 75% 떨어져
`코인 혹한기` 충격에 경쟁격화·규제위협·큰손매도 가세
니덤·모페트·오펜하이머 낙관론…현주가 3배 높은 목표가도
골드만·JP모건·미즈호는 비관론…시장점유율 하락 우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3대 주주였던 아크 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손절매로 대거 팔아 치운 뒤 또 한 차례 주가 급락을 경험했던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글로벌(COIN)이 추가 하락이냐, 반등이냐의 기로에 섰다.



월가에서도 이쯤 되면 주가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며 매수를 추천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좀 더 많은 투자은행들은 가상자산시장도 코인베이스의 거래소 사업도 당분간 의미있는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적극적 투자를 멈추라고 권고하고 있다.

사실 코인베이스 주가 하락은 다소 과한 면도 있다. 올 들어 지금까지 주가는 75% 이상 추락했는데, 정작 비트코인 가격 하락폭인 50%에 비해 훨씬 낙폭이 크다.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하는 밴에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상장지수펀드(ETF)`의 67%보다도 더 떨어졌다.

결국 `가상자산시장 겨울(Crypto Winter)`이라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하락했다기 보다는 최근 격화하고 있는 거래소 간 경쟁, 루나-테라 사태 이후 미국 금융감독당국의 규제 강화, 큰손 주주들의 지분 매각 등 여러 악재가 겹친 탓이라고 볼 수 있다.

올 들어 지금까지의 코인베이스 주가 추이


그나마 2분기까지는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코인베이스 주식을 저가 매수하면서 버팀목이 됐다. 기관투자가 지분 변동 공시를 집계하는 웨일위즈덤에 따르면 2분기 중 캐시 우드가 이끌고 있는 아크 인베스트는 물론이고 ETF 발행사인 익스체인지 트레이디드 컨셉츠, 컬리넌 어소시에이츠, 유타에 본사를 둔 리파인드웰스매니지먼트 등이 코인베이스 주식을 260만주 이상 사들였다.

그러나 3분기에 들어서자 아크 인베스트가 매도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코인베이스 투자를 외쳤던 우드 최고경영자(CEO)의 얘기와 달리, 아크 인베스트는 자사 대표 펀드인 ‘아크 이노베이션 ETF’와 ‘아크 오토노머스 테크놀로지 앤드 로보틱스 EFT’, ‘아크 핀테크 ETF’ 등 3개 펀드에 편입돼 있던 코인베이스 지분을 140만주 처분했다. 약 7500만달러(원화 약 985억원) 어치였다.

마침 아크 인베스트가 지분을 매각한 이날은 미국 금융감독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코인베이스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일부 가상자산은 증권(Security)이며 그 경우 이들 코인이 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거래했다는 판단에 따라 코인베이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날이었다. 아크 인베스트가 등을 돌렸다는 소식에 주가는 21%나 추락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코인베이스 주가 반등을 점치는 쪽은 여전하다. 대표적인 곳이 월가 투자은행 니덤으로, 존 토다로 애널리스트는 현재 악재들이 걷히면서 가상자산시장이 다시 랠리를 보이면 코인베이스도 가입 고객과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혹한기에 맞서서 싸울 수 있는 코인베이스의 현금 확보능력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물론 코인베이스 주가가 가상자산 시세에 따라 변동성이 큰 건 사실이지만, 가상자산 분야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계속되고 있고 코인베이스의 사업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여전히 코인베이스 주식에 대해 긍정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토다로 애널리스트는 코인베이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Buy)’로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89달러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현재 코인베이스 주가 62달러에 비해 43% 정도 상승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리사 엘리스 모페트네이선슨 애널리스트는 코인베이스에 대해 더 낙관적이다. 그는 “현재로선 코인베이스 매출이 가상자산 가격에 밀접하게 연동되는 만큼 주가나 사업 모두 극적이면서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보수적이거나 소심한 투자자들에게 코인베이스는 적절한 투자처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인베이스는 가상자산 추세에 따라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는 유일무이할 정도의 큰 희소성을 가진 투자처”라며 “특히 코인베이스는 가상자산 기술에 대한 깊은 능력과 뛰어난 규제 전문성과 강력한 브랜드 파워, 디지털 월렛에서의 독보적 지위 등을 가지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에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200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목표주가는 현 주가보다 3배 이상 높다.

오웬 라우 오펜하이머 애널리스트는 가격 메리트에 주목했다. 라우 애널리스트는 “불확실성이 아직 많지만, 여러 악재들로 인해 주가가 억눌려 온 만큼 현재 밸류에이션은 매력적이며 가상자산 가격이 반등한다면 단기에 주가도 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코인베이스에 대해 투자의견 ‘시장수익률상회(Outperform)’과 90달러의 목표주가를 매기고 있다.

이 같은 호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월가 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은 코인베이스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이다.

윌 낸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현 가상자산 가격 수준이나 거래대금 규모 등을 보면 코인베이스의 매출 기반이 취약해 졌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건 역시 “코인베이스가 현 시장 상황에서도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비용 지출을 더 줄여야 하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하고 거래소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코인베이스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본계 투자은행인 미즈호는 “작년 11월에 8~9%에 정점을 찍었던 코인베이스의 글로벌 거래대금 시장 점유율이 올 1분기에 5.3% 정도로 낮아졌다”고 지적했다.특히 SEC로부터 받고 있는 미등록 증권 상장 조사가 장기화하면서 투자심리를 억누를 수도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