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마친 안철수, 복귀 첫 화두는 '개헌'(전문)
by박경훈 기자
2020.03.29 14:06:09
| 대구 의료봉사 이후 14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9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제21대 총선 선거운동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가 29일 복귀 첫 화두로 ‘개헌’을 언급했다. 안 대표는 “권력은 공공재임을 분명히 선언하고, 권력의 사유화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하도록 민주국가로서의 확고한 가치와 규범을 헌법조문에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치문화개선 특별위원회 설치 △정당대표 회동 정례화 △3일 경청 국회 △미래전략 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제안했다.
21대 총선을 위해서는 △릴레이 TV토론과 △선거방법의 변경·사전투표기간과 선거일 대폭 연장을 주장했다.
<2020.3.29. 기자회견 : 희망과 통합의 정치 제안 2>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입니다. 오늘 2주간의 자가 격리를 건강하게 끝냈습니다.
지난 보름간 대구 의료봉사활동에 과분한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고, 자가 격리 중에도 계속해서 따뜻하게 격려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대구에서 희망을 보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가운데 극복하려는 환자들의 용기 속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 속에서, 갑자기 닥친 위기 앞에 차분하게 대처해나가는 대구시민들의 높은 시민의식 속에서, 그리고 서로를 응원하며 격려하는 국민들의 모습 속에서 저는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헌신, 봉사, 통합, 공동체, 시민의식 등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잊혀졌던 긍정의 단어들과 에너지를 보았습니다. 분열된 사회를 하나로 모으고, 과거를 붙들고 싸우는 구태 정치를 극복해 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구에서 느낀 점을 토대로 방역일선 공무원, 의료진, 자원봉사자 등 위기극복의 최전선에 서계시는 분들을 위한 <영웅들의 헌신과 봉사에 감사하는 국회특별결의안> 채택과 <여야 원내정당 대표 연석회의> 등 희망과 통합의 정치 실현을 위한 첫번째 제안으로 다섯 가지 방안을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2주간의 자가 격리를 하면서 국가의 책임과 역할, 그리고 정치의 진정한 설자리에 대해 숙고했습니다.
오늘 그 생각을 바탕으로, 희망과 통합의 정치를 위한 두 번째 제안을 하겠습니다. 21대 국회를 위한 제안 다섯 가지, 그리고 이번 총선을 위한 제안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21대 국회를 개원하면 <헌법개정 특위>를 구성하여, 국민의 권리를 강화하고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명시하는 헌법 개정에 돌입할 것을 제안합니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는 명시하고 있지만, 국가의 책임과 역할은 명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헌법 제1조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동안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세력들은 그 권력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현 정권을 비롯해서 역대 권력을 쥔 자들 대부분은 오만하게 권력을 사유화하고, 사유화된 권력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했습니다.
국민세금 털어서 자기편 먹여 살리는데 사용하고, 권력은 오로지 다음 권력을 차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었습니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이 국민을 위해 사용되지 못할 때, 국가는 ‘권력을 위한 국가’가 되고 국민은 ‘국가를 위한 국민’이 되고 맙니다.
헌법을 개정해서 국가의 책임, 권력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권력을 위임받은 세력은 위임기간 동안 항상 긴장하며 국민 삶의 개선을 위해 헌신하도록 해야 합니다.
권력은 공공재임을 분명히 선언하고, 권력의 사유화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하도록 민주국가로서의 확고한 가치와 규범을 헌법조문에 담아내야 합니다.
아울러 국민의 권리강화를 위해 생명권과 안전권을 신설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이 무능한 권력은 위기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합니다.
국민은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음을 명시해야 합니다.
21대 국회에서 권력구조가 중심이 된 헌법 개정 논의가 아니라 권력의 책임, 국가의 책임과 역할, 그리고 국민의 권리를 강화하는 의제를 중심으로 헌법 개정 논의를 한다면, 어떤 권력구조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제대로 복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국민여론도 자연스럽게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정치의 진정한 설자리를 위해 21대 국회에서 <정치문화개선 특위>설치를 제안합니다.
국민의 정치 불신을 가져오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바로 싸움국회, 막말국회입니다. 만나지도 않고, 막말하고 싸우니 국민들께서 국회가 일 안한다고 비판하시는 것은 당연합니다. 실제 현재의 정치행태와 문화로는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21대 국회 정치개혁의 핵심은 바로 거칠고 후진적인 정치문화의 개선입니다. 어떻게 싸움 안하는 국회를 만들 것인가? 막 말 없는 국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타협과 절충의 상생 국회는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국회는 어떻게 스스로 자정능력을 갖출 것인가? 등에 대한 고민입니다.
<정치문화개선 특위>에서 여야와 전문가들이 함께 지난 수십 년 간의 한국정치행태와 문화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개선 방안을 찾아, 9월 정기국회 전에 <정치문화개선 보고서>를 채택하고, 300명 국회의원 전원이 <대국민 실천 서약식>을 가질 것을 제안합니다.
막말 정치를 퇴출하고 품격 있는 정치를 실현하여 상생의 정치를 만드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만남과 대화가 있는 정치실현을 위한 <정당대표 회동 정례화>를 제안합니다.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정치는 어쩌다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만남이 있을 뿐 정당 간 소통이 완전히 막혀있습니다.
제대로 된 보수와 진보라면 각자의 가치와 비전에 따른 대안을 놓고 경쟁하고 타협하면 되는데, 지금은 완전히 배타적으로 진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를 오래한 여야의 중진의원들이 있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조정이나 중재에 나서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실용적 중도가 한국정치의 나갈 길임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만나면 이야기할 수 있고, 대화하다 보면 상대방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국민의당이 훌륭한 조정자 역할을 해내겠습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분기별로 정례회동하고, 여야대표들이 정기적으로 만나서 민생과 정국을 논의한다면 우리 정치의 생산성은 훨씬 높아질 것입니다.
넷째, 현장의 생생한 삶의 목소리를 국회에서 의원들이 직접 듣는 <3일 경청 국회>를 제안합니다.
국회가 국민 삶의 현장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정기국회 개회직후 국민대표 300인을 본회의장에 초청하여 하루 100인씩 5분 자유발언의 기회를 드리고 국회의원들은 3일 동안 방청석에서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자는 제안입니다.
국회의원들이 삶의 고단함과 간절함이 담긴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기국회를 시작한다면 정치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남다른 각오가 설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국회가 진정한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나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일회성이 아닌 한국정치의 좋은 문화와 관행으로 자리 잡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물론, 국민대표를 추첨하거나 선발하는 과정에서 조직화된 기득권 세력은 철저하게 차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회가 들어야 할 국민의 소리는 기득권의 자기합리화 주장이 아니라, 힘들고 어렵지만 소리조차 지를 수 없는 이 땅 민초들과 소외된 약자들의 이야기가 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21대 국회에서는 <미래전략 특위>를 구성하고 국가 미래전략에 대한 전략과 담론을 국민적으로 공유해야 합니다.
우리가 경쟁하는 선진국들은 한결 같이 국가미래전략이 정치의 중심의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과거 역사논쟁이나 진영싸움만 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없는 나라입니다.
<미래전략 특위> 보고서는 국가최고전략으로서의 권위와 내용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형식적인 보고서가 아닌,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실천전략보고서가 되어야 합니다. 보고서의 내용에 따라 정치가 움직이고 정부가 지원하고 민간이 함께 호흡해주어야 합니다.
세계 선진국들은 고비 고비마다 정치이념의 전환이나 국민 대타협을 가져 온 선언이나 보고서가 있었습니다.
이제야말로 21대 국회에서는 민간, 정부, 전문가 등 대한민국 창의와 지혜를 집대성하여 국가가 나아갈 길을 국민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음은 17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총선을 위한 두 가지 제안입니다.
먼저, 무관심, 묻지 마 선거 방지를 위한 <릴레이 TV토론>을 제안합니다.
코로나 19로 선거운동하기가 원활하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단하고 불안합니다. 민생은 피폐해지고 선거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습니다. 이런 선거상황은 기득권 정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국민들의 관심은 없어지고, 기득권 정당들은 자기 진영의 지지층만 동원해서 승부를 보려고 한다면, 정직하고 진짜 능력 있는 신생 정당은 국민의 관심을 받아볼 틈도 없이 무관심, 묻지 마 선거에 휩쓸려 가버릴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합리적 유권자가 아닌 양 극단 진영에 동원된 유권자들이 과다 대표되고, 최악이라고 여기지는 지금의 국회보다 더 나쁜 국회가 만들어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4년 동안 다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선거기간 내내 모든 원내정당이 참여하는 분야별 릴레이 TV토론을 지속적으로 개최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국민의당은 어떤 토론방식이든 적극 참여하여 국민의당이 갖고 있는 개혁비전을 국민들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득권 정당들은 어영부영 적당히 넘어가려하지 말고 당당하게 여기에 동참해주기 바랍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상초유의 특별한 선거상황에서 유권자가 올바르게 정당들을 평가하고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고 국민에게 제공할 책무가 있습니다.
둘째, 선거방법의 변경과 함께 사전투표기간과 선거일을 대폭 늘릴 것을 제안합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한 날 한 시에 집중적으로 줄을 서서 투표할 경우 투표자 간의 거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밀폐된 기표소에서 앞 사람의 기표용구를 다음 사람이 받아쓰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지, 확진자, 자가격리자 분들을 어떻게 더 많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등 고려해야할 일들이 많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많은 유권자들의 투표포기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이틀간의 사전투표 기간을 5일로 늘리거나, 투표일을 사흘로 해서 유권자들의 충분한 분산투표를 유도하는 방법도 시급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정치에 대한 신뢰의 회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영국 국민들은 런던 의사당에 불이 켜져 있을 때 안심하고 잠을 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국민의당은 그런 정치를 추구하고 실현하려는 정당입니다. 오늘 제가 제안 드린 두 번째 희망과 통합의 정치실현방안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정부당국과 여야정당들의 적극적인 화답을 기대합니다.
나라도 정치도 더 이상 이렇게 갈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나라의 기세가 꺾이고 국민들이 삶의 고단함 속에 계속 갇혀 있다면 정치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주는 선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소망합니다.
희망과 통합의 정치로 대외적으로는 슬기롭고 당당한 나라, 대내적으로는 국민들에게 한 없이 따뜻하고 정직한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긴 시간 경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