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안펀드, 5월까지 안전판 역할 톡톡히 할 수 있는 규모"

by이슬기 기자
2020.03.26 08:10:09

신한금융투자 "10.7조원, 적은 규모 아니다…증시안정 기대"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정부가 10조 7000억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것에 대해 증시 안정장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증안펀드가 증시 안정 기능을 하면 이후 수급 유입에 긍정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6일 보고서에서 “정부가 조성한 증안펀드 규모에 대해 일각에선 국내 증시 시가총액 1%보다 작은 규모로 증시를 방어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며 “매수 주체 공백이 큰 패닉셀 국면에서는 시장 안전판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발생한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100조원 규모의 패키지 정책을 발표했다. 기업자금 공급에 58조 3000억원, 금융시장 안정에 41조 8000억원이 쓰인다. 이 중 증안펀드는 10조 70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증안펀드 성격은 1990년과 2008년에 나왔던 증안 공동펀드의 성격을 합쳐놓은 성격이라는 설명이다. 1990년 증안기금은 시가총액 5%인 4조원 규모로 조성됐다. 대형 제조업, 금융주, 국민주 50~60개 종목을 매입, 집행 후 6거래일 동안 거래대금 10%를 순매수하며 증시를 방어했다. 특히 1990년 10월 10일 ‘깡통계좌’ 일제 정리 때에도 반대매매 물량 1312억원을 흡수하며 톡톡한 안전판 역할을 한 바 있다. 기관의 추가 매수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매수 주체로 순기능을 했다는 평가다.



이후 2008년엔 5150억원 규모로 증안펀드가 조성됐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0.1% 규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증권유관기관이 나서 증시 안정 의지를 보이자 시장 안정에 기여했다. 규모가 작았던 만큼 외국인의 자금 이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일부 악성 매물을 소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는 게 최 연구원의 설명이다.

최 연구원은 “증안기금은 1989년부터 시작된 하락 추세에서 악성 매물을 4조원 이상 매수했고 급락 시 매수, 과열 시 매도를 반복하며 6년 동안 증시 안정에 기여했다”며 “금융위기 시 증안 공동기금은 국내증시 시가총액 0.1%에 불과했지만 증권 유관기관의 증시방어 의지를 확인했고 시장이 안정되면서 연기금 등 기관 자금이 추가 유입된 바 있다”고 짚었다.

규모는 금융위기 때보다도 훨씬 커진 만큼 증시안정엔 톡톡히 기여할 수 있으리란 평가다. 기금이 증시 안정 기능을 하면 저점 매수를 대기하고 있던 개인과 기관 자금이 유입돼 증시 수급은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 연구원은 “증안펀드는 자금 규모가 금융위기 시기보다 20배 이상 커져 기관 투자자의 매수 공백 속에서 증시의 보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외국인 투매가 대규모로 이어져도 10.7조원으로 5월 중순까지 물량을 소화할 수 있고, 4월 중으로 미국이나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정점을 찍으면 3월과 같은 투매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